•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객원논설위원칼럼
  • [광화문 광장-강태은 프렌닥터연세내과 비만클리닉 부원장] 2019 넝쿨째 굴러온 콧수염

  • 기사입력 2019-01-22 11:33
    • 프린트
    • 메일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2019년 0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흥겨운 새해인사를 나누고 설레는 소풍을 기다리듯 잠을 청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분명히 눈을 감았는데 눈앞에 콧수염 같은 물체가 떠다니는 게 아닌가. 눈을 떠 보았다. 엉킨 앞머리가 시야를 가린 듯 콧수염은 허공에 떠 있고 눈을 감으면 더 선명하게 보였다. 두 손으로 떠 있는 콧수염을 잡으려 했지만 투명 인간처럼 잡히지 않았다.

“별 거 아니겠지. 요새 좀 무리하긴 했어.” 억지로 잠을 청하고 아침을 맞이하는 순간 어제 그 콧수염은 눈을 감아도 떠도 여전히 눈앞을 떠나지 않았다. 안과에 가보니 유리체의 변성으로 일부가 분리되어 떠다니는 비문증, 그리고 황반에 주름이 생겼단다. 콧수염은 분리된 부유물이고 내 경우 위치가 정중앙에 떠 있어 일상이 불편하겠지만 치료법은 없다는 거다.

“원인이 뭘까요?” “노화현상이죠. 좋아지진 않으실 겁니다.” 담담한 척 안과를 나왔다. 새해가 시작되니 만나는 이들의 인사는 힘찼고 눈에는 희망이 가득했다. 하지만 난 의식이 깨어있는 한 1초도 떠나지 않는 눈앞의 비행물체로 마음이 이래저래 복잡해졌고 결국 불편한 현실에 끌려 다니지 않기 위해 내 맘의 흐름을 다섯 단계로 정리하기에 이르렀다.

1단계 불안. 건강관리만큼은 탁월하다고 자신했던 내가 왜! 그것도 하필이면 2019년의 시작과 함께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분명 2018년 11시50분에도 내 눈은 멀쩡했다. 올 한해가 불안하다. 안과를 방문하기 전 비문증을 짐작했고 노화가 원인이라는 것도 찾아냈지만 내심 노화가 아닌, 치료법이 있는 질환이길 원했고 안약 처방을 받을 수 있으면 했다. 하지만 노화였다. 노화는 치료가 없다.

2단계 타협. 노화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사람의 몸엔 생체시계라는 게 있어 태어나 죽을 때까지 성장 발달 노화가 진행된다는 한 가지와 살아가면서 외부환경 및 영향으로 세포와 신체 기관이 마모되어 점진적으로 기능을 잃어가는 두 번째 노화가 있다. “난 생체시계의 노화가 아닌 외부환경과 영향에 의해 기능을 잃어가는 두 번째 노화일거야.” 이렇게 생각하니 맘이 좀 나아졌다. ‘책을 많이 읽어서, 눈을 부릅뜨고 집중하는 버릇 때문에’ 등 인생 열심히 산 삶의 훈장 정도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을 거듭한 결과 첫 번째든 두 번째든 결론은 ‘노화’였다.

3단계 현실 인정. 새해맞이로 남들은 생기가 넘치는데 도대체 난 언제까지 내 불편한 현실에만 집착하며 2019년의 시작을 허비할 참인가. 이건 마음이 빈곤해지는 지름길이다. 나이가 들면 정신 건강이 육체 건강을 끌고 가야한다.

4단계 깨달음. 지혜를 강조하던 플라톤은 60년을 살았고 우리 손안에 컴퓨터를 안겨준 스티브 잡스도 56년을 살았다. 만일 내 삶의 길이가 그들과 같다면 이제 10년도 안 남은 것이 아닌가? 누군가는 삶 자체가 인류의 선물이 되었고 누군가는 특별한 아이디어로 인류의 삶에 편리함을 남겼는데 태어나 내 삶의 고통에만 빠져 허우적대다가 삶을 마감하는 건 좀 멋없지 않은가! 이젠 나도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주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5단계 의미부여. 내 눈앞 콧수염은 새해 선물인 게다. “당신의 신체 기능이 쇠퇴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에겐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지 않으니 유한한 삶, 까불지 말고 사십시오!” 매순간 내 눈앞에서 나를 관찰하는 콧수염은 내 삶의 수호자로서 ‘2019년 넝쿨째 굴러온 선물’임이 틀림없다. 필자는 복잡했던 마음의 흐름을 이렇게 객관적으로 풀어보며 작년과 또 다른 한 해를 준비하는 중이다.

행복은 한 쪽 문이 닫힐 때 다른 쪽으로 열리게 되어있다고 한다. 혹시 신년임에도 어떤 불편한 현실이 내 삶의 악운이라 느껴진다면 틀림없는 생각의 오류다. 닫힌 문을 다른 쪽으로 열 수 있는 열쇠는 내 안에 있고, 악운이라 착각했던 불편한 현실은 다른 행복을 얻기 위한 잠깐의 연출이었음을 깨달을 것이다. 필자는 이제 콧수염과 아침인사를 나눈다. 내 눈 앞 콧수염은 2019년 또 다른 행복의 문을 열어주는 ‘넝쿨째 굴러온 복덩이’가 될 것이다.

강태은 프렌닥터연세내과 비만클리닉 부원장
포토슬라이드
  • '이걸 테이프로 만들었다고?'
    '이걸 테이프로 만들었다고?'
  • '몸매깡패....치어리더 김연정'
    '몸매깡패....치어리더 김연정'
  • '내가 Cardi B다'
    '내가 Cardi B다'
  • '아찔..짜릿한 수영복'
    '아찔..짜릿한 수영복'
핫 클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