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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 항생제로 키운 닭, 인간을 공격하다

  • 기사입력 2019-03-1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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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집축사 동물 ‘항생제 오남용’
사람에 쓰는 약과 상당수 같아
음식물 섭취때 ‘내성균’ 유입 위험
약 안통하는 ‘최악’ 상황 직면할수도
저속성장·소규모영농 해법 제시


“무엇보다 육류 생산에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내성을 지닌 식품매개 질환의 발생 건수, 그리고 그만큼 내성 유전자-그를 보유한 식품매개 병원균에서 벗어나 플라스미드에 의해 여기저기 이동해 본래 살아가던 농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내약제 감염을 일으킨다-가 제기하는 소리 없는 위협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빅 치킨’에서)

2016년 9월, 유엔총회에서 이례적인 고위급 회담이 열렸다.193개국 정부 대표가 모인 총회는 대개 무기 협약이나 국경 문제 등이 안건으로 논의되는데 의외로 건강문제가 의제로 오른 것이다. 안건은 다름아닌 항생제 내성문제였다. 유엔은 심각한 국제적 위협으로 떠오른 항생제의 감시· 감독을 강화하기로 합의하고 액션플랜을 제시했다.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세균은 연구에 따르면, 매년 적어도 70만명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수백만건의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50년이 되면 항생제 내성은 세계적으로 매년 100조원에 이르는 비용을 발생시키고, 1000만명에 달하는 사망자를 낼 것으로 추정된다.

항생제 오남용은 흔히 의약품에 한정하는 것으로 여기지만 시판되는 항생제의 절반, 많게는 80%가 인간이 아닌 동물이 소비하고 있다. 무게를 늘리거나 밀집 축사환경에서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적 차원에서 물과 사료를 통해 주입되고 있다.

세계보건·식량 정책 분야 전문가인 메린 매케나는 탐사 보도 ‘빅 치킨’(에코리브르)에서 매일 식탁에 오르는 닭을 통해 항생제 내성균이 어떻게 사람으로 옮아와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지 실제 사례들을 중심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2013년 9월 어느 늦은 아침,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남쪽에 있는 동네 병원 응급실에 한 환자가 고통을 호소하며 실려왔다. 51세의 건장한 체격의 남자, 실러는 일평생 병원에 다녀본 적이 없을 정도로 건강했다. 그가 응급실을 찾은 건 다리가 통나무처럼 뻣뻣해지고 살이 찢어질듯 붓고, 극심한 통증때문이었다. 의사들은 감염 원인이 뭔지 알아내지 못한 채 광범위항생제를 투여했다. 실러는 열흘 전 먹은 패스트푸드가 사달을 일으켰다고 생각했다. 그 때 이후 내내 구토와 심한 설사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검사결과 살모넬라균 감염이 원인이었지만 문제를 일으킨 건 패스트푸드가 아니었다. 진원지는 한 브랜드 닭고기였고, 닭고기 포장 기업이 운영하는 공장이 지목됐다. 더 큰 문제는 이 살모넬라균이 흔히 쓰이는 여러 약물, 즉 암피실린,클로람페니콜, 젠타마이신,카나마이신, 스트렙토마이신, 설파제 따위에 내성을 보인 점이다. 실러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질병은 어떻게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띠게 됐는지 역학조사를 통해 드러나게 된다.

가축사육에 쓰이는 항생제의 3분의2는 인간 질병 치료에 쓰이는 것과 같다. 즉 가축 사육에 쓰인 약물에 내성이 생기면 결국 인간이 그 약물을 사용할 때 듣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위험성은 세균의 항생제 내성 능력이 빨라지는 것과 달리 새로운 항생제 개발은 오랜 시일이 걸린다는 데 있다. 실제로 실러 사건이 일어난 2013년, 사상 최초로 효력이 사라진 항생제를 대체할 새로운 항생제가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항생제 오남용으로 슈퍼버그가 등장하면 한마디로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식품매개 유기체 감염은 2차 피해도 심각하다. 스웨덴과 오스트레일리아 연구자들에 따르면, 살모넬라, 캄필로박터 혹은 에르시니아 식품매개 유기체에 감염됐다가 생존한 사람들은 대동맥류, 궤양성 대장염, 혹은 반응성 관절염을 겪을 가능성이 평균보다 더 높다. 또한 이런 식품 매개 감염을 겪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에 걸릴 가능성이 50퍼센트나 높았다.

그럼에도 항생제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미국에선 예방적 용도의 항생제 사용은 거의 무제한 허용하고 있다. 영국 슈퍼마켓에 진열된 닭의 25퍼센트에선 다체내성균이 검출됐다.

남아메리카와 남아시아, 중국에선 항생제를 쓰지 않는 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우리나라는 2011년 국내에서 항생제가 첨가된 가축사료를 금지했지만 이후 다시 증가하고 있다. 국내 양계에서 발견된 대장균의 항생제 내성률은 무려80%로 일본에 비해 15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항생제를 토대로 구축된 공장형 가금생산방식의 역사를 꼼꼼하게 소개하며, 항생제 내성 없이 가금을 생산하고 환경파괴 없이 집중 사육 농법이 가능한 다양한 시도들도 함께 보여준다.

가령 네덜란드 농부들은 기꺼이 항생제를 쓰지 않기로 했으며, 퍼듀를 비롯한 미국의 여러 기업은 성장 촉진제나 예방적 용도의 항생제를 쓰지 않고도 산업 규모의 생산이 가능함을 입증해 보였다. 마이자두르와 루에, 화이트오크의 성공은 소규모 또는 중간 규모의 농장도 새로 재편된 육류경제에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홀후드는 저속 성장 닭 품종으로 돌아서 가금생산의 다양성을 되살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저자는 이런 시도야말로 항생제가 인간의 질병 치료에 쓰일 수 있는, 그리고 항생제를 사용하면서도 내성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한다.

“닭은 산업화한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육류고 머잖아 전 세계인이 가장 많이 찾는 육류로 자리 잡을 것이다. 닭 산업을 바꾸는 노력은 지구의 육류 경제와 그것이 영향을 끼치는 모든 것-토지 이용, 물 이용, 쓰레기 처리, 자원 소비, 노동의 역할, 동물권리의 개념, 그리고 지상에 살아가는 수십 억 인구의 식생활-을 바꾸는 일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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