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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국방부의 이성과 감성

  • 기사입력 2019-04-2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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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이, 바다와 육지가 서로 가까워질 수 없듯이, 우리는 가까워질 수 없어. 우리 두 사람은 해와 달, 바다와 육지처럼 떨어져 있단 말이야. 우리의 목표는 상대방의 세계로 넘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인식하는 거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고, 존중해야 한단 말이야. 그리하여 서로 대립하면서도 보완하는 관계가 성립되는 것이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 ‘지와 사랑’에 나오는 이성적 인물 나르치스와 감성적 인물 골드문트의 대화 중 일부다.

우리는 인생의 도처에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만난다. 세상은 그토록 이성과 감성이 혼재돼 있다. 개개인 스스로 내면의 이성적 기능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는 나르치스가 되고, 감성적 기능이 필요한 순간에는 골드문트가 되기도 한다. 수학이나 논리학을 배울 때는 최대한 나르치스적 이성을 발현시켜야 하고, 문학이나 예술을 배울 때는 골드문트의 감성이 스며나와야 진도가 나간다.

이성과 감성은 인생의 단계별로 다르게 나타나지만, 그 근본과 현상은 비슷한 매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이성은 ‘계산’이라는 단어와, 감성은 ‘공감’이라는 단어와 통한다. 이성이 작동하면 ‘정답’이 나오고, 감성이 작동하면 ‘눈물’이 나온다.

국가 중대사를 결정하는 정치에도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있다.

‘국민의 삶을 더 윤택하게 하고 나라를 더 부강하게 만들겠다’는 정치의 근본적 동기는 감성에서 나온다. 궁핍한 국민의 삶, 한심한 나라꼴을 보며 정치 지도자는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며 눈물로 다짐한다.

이러한 정치 지도자의 결심은 정부의 정책으로 나타난다. 뜨거운 가슴에서 나온 정치 구호가 차가운 머리에서 나온 정책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다. 정치는 ‘감성’, 정책은 ‘이성’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와 정책이 서로 다른 것은 아니다. ‘뜨거운 가슴’에서 나온 정치인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문자, 숫자, 도표로 구체화된 것이 정책이다. 정치와 정책은 별개지만, 또한 한 몸이라는 얘기다. 정부 정책을 집행하는 공직자들이 정책의 문구 하나하나를 차가운 이성으로 따져가면서도 한편으로 국민들과 정치 지도자의 뜨거운 가슴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22일 일본 언론에서 한일 간에 비공개하기로 합의한 내용이 보도되면서 한국 국방부는 홍역을 치렀다. 일본 언론은 일본 초계기 저공 위협비행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1월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앞으로 일본 초계기가 한국 함정 3해리(약 5.5㎞) 이내로 접근하면 사격용 레이더를 비추겠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한일 간에 비공개하기로 합의한 극비 사항이 언론에 흘려진 것이다.

이런 보도가 나오자 한국 정부는 이성과 감성의 갈림길에서 혼선에 빠졌다. 감성적으로는 비공개 합의사항을 언론에 흘려 소위 ‘언론 플레이’에 나선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판해야 했지만, 비공개 합의사항이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함구하는 이성적 전략을 취했다.

국방부는 22일 아침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현재까지 관련 매뉴얼에 대해 통보한 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답했다. 이런 답변은 일본 언론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러나 군의 이런 대응으로 인해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일본 초계기가 접근하면 사격 레이더를 비추겠다는 우리 군의 조치가 합당한데 우리 군이 저자세로 나오는 이유는 뭐냐’는 국민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결국 국방부는 이날 오후 일본 언론보도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국방부는 한일 간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우리 군의 군사적 조치와 기조에 대해 일본 측에 설명한 사실은 있다”고 밝혔다. 아침과 저녁 설명이 달라진 셈이다.

국방부는 이어 “작전 세부절차 등 대응 매뉴얼을 일본 측에 공개한 사실은 없다”면서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작전보안으로 확인해 줄 수 없음을 양해 바란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언론보도로 인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일본 측에 설명을 한 건 사실이나 그밖의 비공개 사항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는 것이다.

군 당국자들이 마지막까지 한일 간 합의사항 비공개라는 원칙에 충실하는 이성적 행동을 보인 것에 이해를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과연 국민 정서상 이런 식의 대응으로 이 일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 

김수한 정치섹션 정치팀 차장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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