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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9·19 군사합의 1년, 우리가 놓친 것들

  • 기사입력 2019-09-1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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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이 지났다. 지난해 9월 19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양 정상 배석 하 국방부 장관(남)과 인민무력상(북) 간에 체결된 남북군사합의서는 세상을 많이 바꿔 놓았다.

남북은 지상, 해상, 공중에서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했고, 비무장지대(DMZ) 내 설치된 GP(소대급 규모 감시초소) 11곳을 시범적으로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남북의 군인들이 군사분계선(MDL)을 넘나들며 손을 맞잡는 모습은 ‘세상이 또 한번 크게 바뀔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을 줬다. 남북이 6·25 당시 전사자들의 유해를 공동 발굴하겠다며 최전방에 남북연결도로를 닦는 모습은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한국전쟁 이후 약 70년간 군사적 긴장이 쌓일대로 쌓였던 일촉즉발의 전장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천혜의 자연으로 재조명됐다.

국제적으로 남북 분단의 상징어가 된 ‘판문점’도 크게 바뀌었다. 유사시에 대비해 권총을 차고 근무하던 남북의 군인들은 총을 내려놓았고, 공동경비구역(JSA) 내 모든 화기를 철수시켰다.

‘적에게 무방비로 당할 수 있는 빌미를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조치는 상호 동시에 시행하도록 합의돼 있어 북측에서도 똑같은 불안과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문제다. 군사합의서를 체결한 이상, 양쪽 모두 일정 수준의 ‘리스크’를 떠안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1년간 남북이 군사합의서를 대체적으로 준수했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현재 ‘북측이 군사합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남북의 군인들이 DMZ 내 GP 철거 현장을 상호검증하기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DMZ 내 화살머리고지의 남측 단독 유해발굴작업이 대표적 사례다. 남북이 공동작업하기로 한 원래의 취지는 살리지 못했지만, DMZ 안으로 남측 유해발굴단이 들어가 북측의 아무런 제지 없이 지속적으로 유해발굴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과거와 비교해 보면 큰 변화라는 것이다. 국방 당국에서는 이와 관련해 “북측에서 9·19 군사합의 정신을 존중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지난해 말까지 남북 합의사항은 대부분 이행됐다. 10월 JSA 비무장화, 화살머리고지 지뢰 제거 및 남북 연결 전술도로 개설, 11월 DMZ 시범 GP 철거, 지해공 적대행위 중단, 한강하구 공동이용수역 설정 등이 모두 계획대로 진행됐다. 12월 DMZ 시범 GP 철거 상호검증 절차도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물론 아직도 남북 군사합의 이행을 위해 가야할 길은 멀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훨씬 큰 ‘스케일’의 남북 합의이행 사항이 예정돼 있었다. DMZ의 모든 GP 전면철거, JSA 자유왕래, 남북 공동유해발굴, 서해 평화수역 조성, 남북 군사공동위원회 구성 등이다. 만약 이행됐다면, 더 이상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감을 다시 불러오기 어려운 실질적인 ‘평화를 향한 발걸음’이 될 터였다. 특히 남북 군사공동위 구성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서 합의한 이후 약 50년간 이행되지 않은 남북의 숙원사업이었다.

그러나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남북의 평화를 향한 움직임은 ‘올스톱’됐다. 지난해 연말까지 완료하기로 했던 JSA 자유왕래, 남북 군사공동위 구성이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고, 4월 개시 예정이던 남북 공동유해발굴과 한강하구 민간선박 자유항행도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중차대한 숙제들을 떠안은 상황에서 남북의 군사합의 이행 수준은 6개월이 넘도록 제자리 걸음이다.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양측 군 수뇌부의 군사합의서 체결에 있어 남북이 모두 강조한 것은 ‘회담 이후 합의사항이 휴지조각이 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과거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바가 회담 이후 거의 지켜지지 않은 것을 스스로 반성하고 이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남북 정상이 그렇게 되풀이하지 말자고 하던 일이 현실에서 또다시 되풀이되고 있다. 어렵게 도출한 합의가 또 한 번 휴지조각이 돼가고 있다.

남북 정상과 군 수뇌부가 그토록 어렵게 작성하고 합의한 문서가 이렇게 쉽게 무력화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최소한 이번 실패를 통해 우리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다음 기회에 보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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