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정치와 권력의 강요에 기업 희생되는 일 더는 없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결국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뇌물 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상고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번 사건은 이미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을 거쳤다. 파기환송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4년 넘게 진행된 이 부회장과 관련한 국정농단 사건 수사와 사법부의 심판은 사실상 마무리된 셈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결정은 우리 기업의 불행한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치권력이 팔을 비틀면 기업은 응하지 않고 배겨낼 재간이 없다. 그런데도 기업 총수는 뇌물을 줬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야 하는 게 우리의 참담한 현실이다. 이번 사건은 바로 그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86억원 상당의 ‘뇌물’을 줬고, 그 대가로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도와 달라고 했다는 것이 이 부회장의 혐의다. 그리고 법원은 이를 끝내 유죄로 인정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 부회장은 유죄 판결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요구를 삼성 측에서 마지못해 받아들인 것이다. 이를 모르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법원도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더욱이 뇌물의 반대급부라는 경영권 승계 요청도 실체가 없다. 오죽했으면 법원은 ‘묵시적 청탁’이라는 모호한 용어까지 동원했겠는가.

준법감시위원회 설치·운영을 양형에 반영하지 않은 것도 유감이다. 재판부는 ‘양형 반영’을 전제로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과 재벌 체제 폐해 시정 등 당부 사항을 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지난해 1월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했다. 재벌 폐해 시정 차원에서 이 부회장은 ‘4세 승계 포기’와 ‘무노조 경영 중단’도 약속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이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번 사건과 법원의 판결 결과는 권력과 기업 모두에 철저한 반면교사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권력은 어떠한 형태든 기업에 부당한 요구를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기업 역시 윤리경영 실천에 더욱 매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기업이 법을 잘 지키고 투명한 경영을 한다면 권력도 함부로 음습한 뒷거래를 요구할 수가 없다. 그래야 다시는 이번과 같은 기업의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는다. 정경유착의 폐해는 결국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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