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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北무수단, 왜 내륙에서 쐈을까…평택, 세종 겨냥설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북한이 지난 15일 낮 12시 33분 시험발사한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은 발사 수 초만에 폭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군 당국은 관련 사실을 16일 오전 7시 44분께 공개했다.

북한이 시험발사한 지 19시간여 만이다. 우리 군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만 하루 가까이 지난 후 공개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미 전략사령부도 불과 3시간 가량 앞선 16일 오전 5시께 성명 형식으로 북한 미사일 발사 사실을 알렸다.

늑장대응 논란이 이어졌다.

합동참모본부는 이에 대해 17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기술적으로 분석하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며 “정확한 분석 후에 알려드리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 시도 관련 정보 분석을 위해 한미가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얘기다.

 
북한이 지난 15일 처음으로 무수단 시험발사를 감행한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비행장 인근은 북한 북쪽 국경과 가까운 내륙지방이다. 북한이 이곳에서 지난 6차 무수단 시험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사거리 3500㎞인 무수단을 높은 각도로 쏘아올려 고도 약 1400㎞ 지점에 도달시킬 경우 무수단은 발사지점에서 약 400㎞ 떨어진 지점을 타격하게 된다. 구성시에서 미군기지가 있는 평택은 380㎞, 중앙행정 기능이 집중된 세종시까지는 약 420㎞ 떨어져 있다. [사진=구글지도]

일각에서는 한미 군 당국이 지난달 5일 발사한 탄도미사일 3발에 대한 군의 분석이 논란을 빚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당시 우리 군 당국은 발사된 북한 미사일이 사거리 1300㎞인 노동 준중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다음날 북한이 노동신문에 공개한 사진을 분석한 군사 전문가들은 스커드 미사일 개량형인 스커드-ER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이로 인해 군의 분석 능력에 대한 의혹이 일었고, 군 신뢰도마저 하락하는 듯한 조짐을 보이자 이번에 재발 방지를 위해 특별히 더욱 분석에 공을 들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 당국이 북한의 이번 무수단 시험발사 시도에서 주목할 만한 특이점은 더 있었다.

북한은 지금까지 총 7발의 무수단 시험발사를 시도했다. 북한은 지난 2007년 사거리 3500㎞인 무수단의 실전 배치를 선언하고, 군의 편제마저 정비했지만 정작 올해 전까지 무수단 시험발사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올해 3월 김정은의 핵투발 수단 다종화 지시 이후 무수단 시험발사에 처음 나섰고, 그 결과는 계속되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6발째 발사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과시하기에 이른다.

북한이 4~5월 발사한 1~4번째 무수단 추정 미사일은 공중폭발하거나 이동식 발사대에서 폭발하는 등 실패에 그쳤다. 그러나 22일 오전 5시 58분 발사된 5차와 8시 5분 발사된 6차 무수단은 각각 약 150㎞, 400㎞ 비행하며 발전 양상을 보였다.

특히 6차 미사일은 높은 각도로 발사돼 최대 높이 1413.6㎞ 고도까지 올라간 뒤 발사 지점에서 약 400㎞ 떨어진 지점에 떨어졌다. 이는 국내외에서 상당한 성공으로 받아들여졌고, 무수단은 두려워할 만한 북한의 전략 무기로 인식되기에 이른다.

6차 무수단이 갖는 의미는 이번 7차 무수단 시험발사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7차 무수단이 6차 무수단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 이번 시험발사가 진행됐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7차 시험발사는 비록 실패로 끝나고 말았지만, 북한이 7차 발사에서 시도한 변화는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1~6차 시험발사는 무수단 기지가 있는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하는 형태로 실시됐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사거리 3500㎞인 무수단은 일본이나 괌 앤더슨 미군기지 등을 겨냥한 타격수단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7차 발사는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비행장 인근에서 실시됐다. 이 일대는 바닷가가 아닌 내륙 지방이다. 북한이 굳이 무수단을 내륙에서 발사하겠다는 것은 무수단의 긴 사거리를 고려해 근거리를 타격하겠다는 의미다. 만약 북한이 이 일대에서 6차때와 같이 높은 각도로 쏘아올릴 경우 이 미사일은 약 400㎞ 지점을 타격하게 된다.

그렇다면 북한군은 평북 구성시 방현비행장 일대에서 400㎞ 내외 거리의 어떤 지점을 타격 목표로 삼았을까.

지도상에서 평북 구성시는 신의주와 가까운 북한의 북쪽 지방이다. 이곳에서 남쪽 약 380㎞ 거리에는 평택 미군기지, 약 420㎞ 거리에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특별자치시가 있다.

미군은 전국에 산재한 미군기지를 중부권(평택)과 남부권(대구)로 재편하고 있다. 평택 일대는 육군기지인 K-6 캠프 험프리스, 공군기지인 K-55 오산에어베이스 등 미군의 화력이 총집결된 군사요충지다.

세종특별자치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에 따라 만들어진 사실상의 행정수도로, 서울 광화문의 정부서울청사, 정부과천청사 등에서 중앙정부 대부분의 부처가 옮겨와 이미 현재 국가 행정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유사시 이 2곳을 핵탄두를 탑재한 무수단으로 타격한다면 우리 측은 순간적으로 정부 기능, 군사 기능의 핵심을 상실할 위기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군 당국은 사드로 고각 발사된 무수단을 요격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십여기의 무수단을 동시에 발사할 경우 위기는 불가피해 보인다.

또한 이와 동시에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배치된 장사정포로 수도권을 융단 폭격할 경우, 세종-평택-서울 등 국가의 중추적 기능을 하는 3곳이 순식간에 무력화될 수 있다. 만약 북한이 이번 7차 무수단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면, 이런 위기감은 극대화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군 당국은 북한이 15일 무수단미사일을 과거와 달리 내륙에서 발사한 것과 관련해 17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여러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그 가능성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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