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못지않은 채권의 매력
KIC 美메릴린치 20억불 투자
10년만에 회수, 수익률 0.38%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최근 해외투자가 많이 늘었다. 그런데 요즘 글로벌 경제가 심상치 않다. 자산관리 전략을 재점검할 때다. 그 동안 자산시장을 지탱해 온 두 개의 기둥, 즉 저금리와 저유가가 흔들리고 있다. 유가가 뛰면 물가상승으로 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란과 이스라엘 등 중동 불안으로 유가가 치솟으면 셰일가스가 풍부한 미국에 이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은 오로지 미국이다. 미국 외 지역의 희생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신흥국에서는 경제위기 조짐이 잇따라 감지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해외자산을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KIC)와 국민연금의 성과는 투자전략에 참고할만 하다.
![](http://res.heraldm.com/content/image/2018/05/18/20180518000164_0.jpg)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맡긴 달러를 운용하는 ‘국부펀드’ KIC는 17일 지난해 운용성과를 공개했다. 두 가지가 주목할만하다.
먼저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뜬금없이‘ 20억 달러를 투자했던 메릴린치 주식을 결국 10년간 0.38%라는 ‘참담한’ 수익률로 회수했다.
다음은 지난해 해외주식 투자로 무려 25.5%의 수익률을 거둔 점이다. 엄청나게 잘 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비교지표(BM)인 MSCI지수 대비 122 bp(1%포인트=100bp) 높을 뿐이다. 전년에 BM대비 -231bp 부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일부 만회‘ 정도다.
국민연금도 지난해 해외주식 투자로 24.8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외환보유고’ 관리가 임무인 KIC는 달러로만 성과를 표시하지만, 국민연금은 원화로 환산한다. 원화기준 국민연금의 지난해 해외주식투자 수익률은 10.68%로 줄어든다. 연초 1200원이 넘던 환율이 1070원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작 KIC의 실력을 평가할 부분은 채권이다. KIC는 지난해 해외채권투자로 연 8%의 수익률을 거뒀다. 반면 국민연금의 해외채권 수익률 3.37%에 그쳤다. BM 초과 정도도 KIC는 72bp지만, 국민연금은 30bp다.
KIC와 국민연금에서 세 가지 정도 해외투자의 팁(tip)을 배울 수 있다.
첫째 환율의 위력이다. 환율은 변동성이 커 위험하지만, 웬만한 자산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거둘 수도 있다. 환율은 국가경제의 기초체력(fundamental)과 비례한다.
두번째는 장기투자에서 채권의 매력이다. KIC의 최근 5년 수익률은 주식 10.15%, 채권 1.32%다. 2005년 이후 지난해까지는 4.07%, 4.14%로 차이가 좁혀진다. 채권투자는 금리가 ‘충분히’ 높아진 때 가장 유리하다. 국민연금도 1988년 이후 누적수익률은 주식 8%대, 채권 4%대다. 상대적 위험도를 감안할 때 채권이 주식에 비해 결코 허름하지 않다.
세번째는 해외주식 투자의 낮은 매력이다. 최근 3년 국민연금 주식 수익률은 국내 11.58%, 해외 9.21%다. 1988년 이후 누적수익율은 8.37%와 8.42%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정보와 환위험을 감당할 정도의 차이는 나지 않는다.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