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4E 팬텀 전투기의 파라볼라 안테나 형태의 APQ-120 레이더. 우리 공군은 F-4E 팬텀 전투기를 2025년까지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미 공군] |
APQ-120 레이더는 우리 공군의 F-4E 팬텀 전투기에 탑재된 화력 제어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미 공군이 베트남전에서 주력 전투기로 사용한 F-4D 팬텀의 APQ-100 레이더 최종 개량형이다. APQ-120은 APQ-100 보다 안테나 크기가 더욱 작아졌다.
APQ-100을 탑재하는 F-4D가 중앙 동체 아래에 기관포 포드(SUU-23)를 탑재하는 것과 달리, APQ-120를 탑재하는 F-4E 팬텀은 기수 바로 아래에 20mm 기관포를 내장하면서 레이더 시스템 후방부에 20mm 탄환 급탄 드럼통이 위치하여 기수가 가늘게 길어지고, 레이더 안테나의 크기는 작아졌다.
이 때문에 APQ-120 레이더의 최대 탐지거리는 APQ-100 레이더보다 약간 줄어들었으나 더욱 정밀한 탐색과 추적이 가능해졌다.
APQ-100 레이더의 경우 전방으로 최대 2개 방향까지 집중적으로 탐색할 수 있지만, APQ-120 레이더는 최대 3개 방향까지 탐색할 수 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파라볼릭 안테나를 사용하기 때문에 안테나의 에너지 효율이 높지 않고 동시에 추적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되어 있으며(동시 다목표 추적 기능 자체가 없다) 레이더 빔 안정성이 높지 않아 급기동으로 빠져나가는 적기에 AIM-7 스패로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유도하다가 놓치는 경우가 흔히 있었다.
1개의 공중표적 추적을 위한 레이더 빔 주사 방식 역시 구형이었다.
APQ-120 레이더는 1960년대 초중반 기술 한계 안에서 문제점을 좀 더 개선하여 레이더 안테나 안정성을 높이고 좀 더 정밀한 추적이 가능해지면서 AIM-7 스패로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의 표적 명중 가능성이 향상되었다.
APQ-120 레이더는 1960년대의 구형 레이더이기 때문에 후방석 무장통제승무원이 레이더 탐색 거리를 선택하고, 사용 주파수와 사용 기능 등을 일일이 선택해 주어야 하는데, 거리 선택 기능에 추가해서 근거리 선택 기능이 도입되었다.
1965년~1967년 베트남 상공에서 구형 F-4C/D 팬텀 전투기가 북베트남의 미그기를 놓쳤던 경험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APQ-120 레이더의 결정적인 문제는 하방 탐색 능력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F-15,F-16 등의 4세대 전투기의 레이더들이 하방 탐색과 추적을 위해 사용 주파수와 변조 기능, 신호 필터링 등이 레이더의 구동 체계와 각종 프로세서 등에 의해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APQ-120은 이 모든 조작을 대부분 후방석 무장통제승무원이 담당하며, 작업 자체가 상당히 복잡하고 인간의 두뇌로 짧은 시간 안에 처리가 힘든 것들로 높은 운용 노하우를 요구하기 때문에 실용성은 없다. APQ-120 레이더도 하방 탐색이 제한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은 이론적이다.
또한 이와 같은 작업이 가능한 운용 요원이 조작하더라도 그 성능이 제한적이므로 실제로는 쓰이지 않는다. 베트남 전쟁 당시에 낮은 고도로 비행하던 북베트남 공군의 MiG-21 전투기의 급상승과 이탈에 F-4 계열 전투기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이유가 되었으며, 또한 1976년 망명한 극동 소련군 소속의 벨렝코가 조종하던 MiG-25A 전투기를 항공자위대의 F-4EJ 전투기들이 탐지하지 못한 이유가 되었다.
그날 이후 F-4E 팬텀 전투기는 제공전투기의 가치를 급격히 잃고 러시아의 대형 폭격기 요격기로 임무에 집중하며 F-15,F-16 전투기가 제공 전투기의 주력이 된다.
안승범 디펜스타임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