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안정성 갖춘 지배구조 필요
투자확산, 집중위험 해소에 중요
강제 규제 줄이려면 질서 갖춰야
동전(銅錢)은 청동기 시대와 함께 시작됐다. 금속 자체가 높은 가치를 갖던 시대여서 전국시대 명도전(明刀錢)이나 진(秦)의 반냥전은 화폐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했다. 소금과 철을 나라에서 전매하던 한(漢) 때의 오수전(五銖錢)은 이후 당(唐)나라때까지 1000년 넘게 유통된다.
오대십국 시대 상업이 발달하면서 동전 수요가 급증하면서 구리 부족 사태가 빚어진다. 보완재로 철전(鐵錢)이 등장했지만 너무 무거웠다. 당 나라 때 처음 등장한 어음이 활용되기 시작했고 송(宋)나라에서 철화(鐵貨) 교환권 형태인 세계 최초의 지폐 교자(交子)로 발전한다. 신용을 바탕으로 ‘종이 쪼가리’가 원재료 이상의 가치를 갖게 된 것이다. 특히 위조를 막을 수 있는 철판인쇄술이 중요한 계기다 됐다. 동서양에 걸친 대제국을 이뤘던 원나라에서는 은(銀)의 가치에 연동한 교초(交鈔)를 아예 공식 통화로 발행한다. 송나라의 3대 발명품인 화약, 나침반, 인쇄기술은 원을 거치며 르네상스 시대 서양으로 전달돼 대포, 항해술, 지폐로 발달한다. 이후 신대륙의 막대한 은이 유럽으로 유입되면서 은본위 화폐시대가 열린다. 은 독성을 감지하고 제거하는 기능 때문에 식기 등에 사용되면서 귀금속의 지위에 올랐고, 산업혁명 이후에는 높은 열전도율(구리보다 높음)과 가공성까지 드러나며 주요한 원자재 역할까지 수행한다.
인류의 혁명은 경제혁신으로 이어졌고, 화폐의 변혁으로 나타났다. 권력을 지탱하는 경제력은 화폐 발행권에서 비롯됐다. 금본위제가 폐지됐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을 보유한 나라가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이라는 점은 오묘하다. 미국에 금이 없다면, 과연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
역사적으로 중앙권력이 흔들리거나 경제가 혼란해지면 사전(私錢)이 발행됐고, 인플레이션이 나타났다.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세계 은 시장 규모도 넘어섰다, 가상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투자자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채굴량이 제한된 비트코인은 ‘디지털 황금’으로도 불린다. 코로나19로 디지털・언택트가 대세가 됐다. 실생활에 쓰임이 큰 자산을 바탕으로 화폐경제가 재편됐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한다’면 화폐 경제는 불가능했을 지 모른다. 금의 가치는 실용성을 넘어 인간의 욕망에 기초한다. 최근 가상자산에 대한 시장의 욕망이 커지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 중요한 것은 권력구조다. 그 동안의 화폐는 합의된 정치시스템에 의해 수립된 권력에 의해 통제돼왔다.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가 미래가 될 수 있다. 동시에 탈중앙(de-fi)을 기반으로 한 가상자산이 공식적인 시장지위를 얻으려면 분산과 유동성이 중요하다. 발행량의 대부분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소수에 집중된 구조로는 투명성과 안정성을 갖추기 어렵다. 충분히 소유가 나눠지고, 그 현황와 거래 과정이 공개될 때 가상자산이 미래경제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앙권력의 폐해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 가상자산안 만큼 스스로의 지배구조를 탈중앙화하는 게 중요하다. 규제를 막으려면 질서가 필요하다.
비트코인 집중에서 벗어나 다앙햔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등 관련기술에 대한 고찰도 필요해 보인다. 금이 범용화폐가 되지 못하고, 은과 동이 오랜기간 유통의 중심에 섰다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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