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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CEO에 사고 책임 어떻게 물을까 [홍길용의 화식열전]
CS, 10년째 대형사건 겪어
선진국 개인 보다 기관제재
주주 경영견제 한계 드러내

국내는 금감원이 임원제재
감경 위해 기업가치를 희생
금융 특성 고려한 해법 필요

라임펀드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제재 절차가 거의 막바지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이어 라임펀드까지 ‘우리는 왜 이 모양이지’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그런데 글로벌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도 난리다. 사고가 워낙 많아 오죽하면 이니셜인 ‘CS’를 ‘CriSis’로 풀이할 정도다.

CS는 지난 해에 소프트팽크가 소유한 독일 와이어카드(wirecard) 전환사채(CB)를 고객에 팔아 논란이 됐다. 와이어카드에서 거액의 회계부정이 드러나면서 해당 고객은 막대한 손실을 입어야 했다. 금융회사는 수수료만 챙기고 위험은 고객에 떠넘겼다는 점에서 DLF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영국 그린실(Greensill)은 역(逆) 팩토링(factoring)으로 몸집을 불린 금융회사다. 납품업체가 고객사에서 받은 매출채권을 할인해 운영자금을 공급하는 금융이 일반적인 팩토링이다. 역 팩토링은 납품업자에 납품과정에서 필요한 돈을 일부 빌려주되, 고객사가 물건을 판 돈으로 채권을 회수하는 구조다. 납품업자는 싼 이자에 자을 빨리 조달해서 유리하고, 고객사는 대금결제를 늦출 수 있다. 물건이 제대로 팔리지 않으면 부실 위험이 존재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부실이 발생했고, 계약기간이 끝나가는 보험은 안전장치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 CS는 이 곳에 투자하는 펀드를 대거 판매했는다. 라임 무역펀드와 꼭 닮은 꼴이다.

미국 아케고스캐피탈(Archegos Capital)은 여러 투자은행에서 돈을 빌려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주식에 투자했다. CS도 프라임브로커로 돈을 빌려줬는데, 아케고스가 다른 IB들에서도 대규모 차입을 한 사실을 모른채 주가하락에 따른 마진콜과 반대매매에 뒤늦게 나섰다 큰 손실을 봤다. 특히 특정 고객에 초거액의 여신이 제공되는 데도 내부통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라임 메자닌 펀드를 떠올리게 한다.

CS의 잇딴 사고는 내부통제 붕괴 때문이다. 최고위험책임자(CRO)가 돈 벌이를 위해 내부경고를 무시하고, 감시체계를 스스로 해제시켰다는 게 금융권의 지적이다. 위험을 경계하는 직원들에 인사상 불이익을 주니, 영업일선에서는 위험 경시 풍조가 만연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CRO 임명은 최고경영자(CEO)의 권한이다. 결국 사고의 책임은 경영진에 있다. 스위스 금융당국도 CS와 경영진을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금융회사의 잘못에 대해서는 엄청난 액수의 과징금이나,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령하는 제재가 일반적이다. 개인에 대한 경영 책임을 묻는 역할은 주주들이 담당한다.

경영진에 대한 인사권은 주주권의 중요한 부분으로 주식 가치와도 연관된다. CS는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사건사고가 발생했고, 천문학적 과징금과 손해배상에 시달려왔지만 주주들은 경영진 교체에 소극적이었다. 심지어 올 1분기 실적에 치명상을 입은 CS는 19억 달러 규모의 자본확충을 추진하면서 주가가 또 급락하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회사 주가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모두 1배 이하로 세계 최저다. 연체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데도, 순자산의 절반도 기업가치로 인정받지 못한다. 우리 법령 체계는 주주 외에 행정권으로 금융회사 경영자의 자격을 통제할 수 있다. 일장일단이 있다. 주주권들의 잘못된 선택을 행정권이 보완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동시에 주주권이 온전치 못하니 기업가치를 할인 받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쥔 이에게 순응하기 마련이다. 행정권이 강하면 경영진 입장에서는 주주와 회사에 부담을 넘기더라도 공권력에 순응해 자리를 지키고 싶을 지 모른다. 실제 개인 징계 위험에 처한 CEO들이 금감원의 권고를 받아들이면서 사실상 제재가 감경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 보호의 지렛대가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클 수 있지만, 다툼의 여지도 있는 만큼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과 법적근거를 둘러싼 논란이 일 수도 있다.

주주들이 제대로 경영진 책임을 묻지 못해 금융사고가 반복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일반 회사와 달리 금융회사의 사고는 금융시스템을 통해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에까지 파장을 미칠 수 있다. 행정권이 금융회사를 지나치게 통제하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만, 금융회사인 만큼 주주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도 불완전하다. 금융회사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따지고 물을 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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