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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인 동시에 플랫폼이라고 쳐도...카카오뱅크 가치는 [홍길용의 화식열전]
모기업 카카오 가치 기반
이론상 최대로 치면 40조
올 실적으론 많아야 23조

합리적 가치산정은 어려워
초반 강세는 ‘인덱스 효과’
확충된 자본 활용성과 중요

카카오뱅크 주가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상장 당일 ‘따상’에는 실패했지만 연이틀 초강세를 보이면서다.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대형 공모주에 당연히 나타나는 현상이 있고, 기업 가치를 측정하는 데 있어 따져야 할 것들도 분명 있다.

우선 상장 초 어떻게 주가가 올라는 지를 보자. 상장 첫날 해외주관사였던 크레디트스위스로 외국인 주문이 몰렸고, 인덱스를 중요시하는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매수했다. 하지만 상장 이튿날부터는 기관과 외국인은 순매도로 돌아선다. 가치 측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관들이 공격적으로 투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시가총액 규모가 상당해 벤치마크 추종을 위해 기관들이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할 종목이 됐다. MSCI 편입도 예정돼 있다. 추적오차(tracking error)을 줄이기 위해 KOSPI200 등 주요 지수는 물론 여러 상장지수펀드(ETF)들도 기초자산으로도 담아야 한다. 현재 외국인과 기관 비중은 약 발행주식수의 8~9% 정도다. 유통물량으로 따지면 상당한 물량이다.

외국인과 기관들의 본격적인 매수를 기대하려면 합리적 가치산정이 가능해야 하는데, 카카오뱅크는 처음 등장한 기업형태여서 합리적 기준이나 적절한 비교대상을 찾기 어렵다. 목표주가를 낸 주요 증권사 2곳을 보면 SK증권(6만4000원)은 1999년 주택은행이 받았던 최고 주가순자산배율(PBR)을 현재값으로 환산해 5.5배를 적용했다. 교보증권(4만5000원)은 키움증권에 적용됐던 4배를 기준으로 삼았다. 전자는 22년전 사례이고, 후자는 은행이 아닌 증권사다. 키움증권을 포함해 여러 증권사들이 보고서는 냈지만 실적 전망과 목표주가를 내지 않았다.

카카오뱅크 가치 논란의 핵심은 은행이냐, 플랫폼이냐다. 자본 규제를 받으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금융업은 PBR이 기준이지만, 자본효율 극대화를 추구하는 플랫폼은 주가이익비율(PER)까지 따질 필요가 있다. 은행업 평균 PBR은 0.44배다. 플랫폼인 카카오(올해 컨센서스 순이익 9610억원, 자기자본 10조원)의 가치는 PBR 6.5배, PER 65배 가량이다. SK증권 추정 카카오뱅크의 올 연말 자본 5조6350억원, 세전이익 3220억원으로 따지면 현재 가치는 PBR 5.9배, PER 100배 수준이다.

현재 카카오뱅크 수익구조는 은행 92%, 플랫폼 8%다. 직원의 절반 가량이 개발인력이라는 점은 은행과 가장 큰 차이다. 이들이 이뤄낼 플랫폼 사업의 성패가 기업가치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자수익은 자본규모에 비례하지만 금융관련 상품과 서비스의 중개 등 비이자수익은 그렇지 않다. 높은 PER를 인정받으려면 비이자이익이 중요하다. 주식형펀드 비대면 판매수수료는 0.3%~0.5% 수준이다. 1조원 어치를 팔아도 30~50억원이다. 플랫폼이 엄청난 규모의 거래를 유발시켜야 충분한 규모의 이익을 낼 수 있다. 토스,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등과 경쟁도 변수다.

카카오뱅크를 은행이자 플랫폼으로 모두 인정한다면 기업가치는 어떻게 될까. 은행 가치는 순자산 5조6000억원에 PBR 0.44배를 적용, 약 2조5000억원이다. 플랫폼 가치는 순자산에 자본수익률(ROE) 10%, PER 65배를 적용하면 최대 36조4000억원이 된다. 최대 시총 39조원, 주가로는 8만2000원이다. 하지만 올 예상 세전이익 3200억 수준이라면 아무리 ‘은행+플랫폼’이라고 해도 23조원 남짓이 적정하다. 주가로는 5만원이 채 안된다.

ROE 10%, PER 65배를 모두 인정받으려면 상장으로 확충한 2조5500억원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주로 은행업에 쓰인다면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이자이익에 맞먹는 플랫폼 기반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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