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치 무게 M&A
단기 재무부담 불가피
분할 후 IPO 활용할 듯
CJ ENM의 공격적인 투자가 시장의 화제다. 미국 엔데버콘텐츠를 무려 9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CJ그룹은 2023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한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첫 단추부터 조 단위에 가까운 지출 결정이 이뤄졌다.
3분기 말(연결 기준) CJ ENM의 유동자산은 1조8472억원에 달한다. 유동부채(1조6145억원)보다 많다. 하지만 엔데버콘텐츠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단기 차입금을 9000억원 이상 늘려야 한다. 이렇게 되면 유동부채 대비 유동자산이 더 커지게 된다. CJ ENM의 현금 흐름이 올해 크게 개선됐지만 단기간에 막대한 차입이 이뤄지면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엔데버콘텐츠는 1조원 가까운 값을 치렀지만 자산은 6800여억원에 불과하고, 제대로 이익을 못 내 자본금을 까먹고 있는 구조다. 국내 대기업의 대규모 해외 투자는 성공사례도 있지만 지나치게 높은 값을 지불해 곤혹을 겪었던 경우도 적지 않다. CJ ENM가 치른 엔데버콘텐츠의 가격이 적정했는지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판단이 가능해 보인다.
그래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기업분할이다. CJ ENM은 예능, 드라나, 영화, 애니메이션사업의 주요 제작 기능을 떼어 내 별도 법인을 만들 계획이다. CJ는 인적 분할이 아닌 물적 분할을 택했다. 분할 신설법인을 시장에 신규 상장하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LG와 SK그룹이 2차전지 부분을 물적 분할해 신설법인을 설립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투자재원을 대주주 출자가 아닌 시장 조달로 돌리기 위한 선택이다. 기존 법인 투자자로서는 해당 부분과의 연결고리가 직접에서 간접으로 바뀌는 셈이다. LG와 SK 때는 기존 주주들에 불리할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이 큰 2차전지와 콘텐츠산업의 차이는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투자에도 흥행에 실패할 수 있고, 소규모 투자로도 대박을 칠 수 있는 게 콘텐츠산업이다. CJ ENM의 기업분할을 현재 시점에서 기존 주주들에 유리하다, 불리하다 따지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다만 분할 신설법인의 기업공개가 성공적일수록 CJ ENM의 재무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CJ가 대규모 투자와 함께 아직 일정도 확정되지 않는 기업분할 방침을 밝힌 것도 시장의 우려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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