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은 재활용업체엔 그리 인기 있는 품목이 아니다. 재활용업체도 결국 수익구조에 따라 움직이는데 폐지나 의류, 고철 등과 달리 폐비닐은, 소위 돈이 되질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재활용업체도 돈 되는 재활용품에 폐비닐을 더해 가져가는 구조다.
게다가 비닐 소비량은 급증하는 추세다. 2019년 상반기 대비 1년 사이 하루 발생량은 11.1% 늘었다. 951t. 하루에 거의 1000t씩 쏟아지는 셈이다. 인기도 없고 사용량은 늘고 있으니 언제든 2018년의 ‘폐비닐대란’이 반복될 위험도 크다.
통상 비닐을 플라스틱과 별개로 여기지만 비닐 역시 플라스틱의 일종이다. 그래서 비닐에도 플라스틱 재질을 표시하는 마크가 적혀 있다. PP(폴리프로필렌) PVC(폴리염화비닐) OTHER(기타) 등이다. ‘OTHER’는 한 가지가 아닌 다수의 재질이 섞여 있는 경우인데, 통상 비닐은 복합 재질이 많아 ‘OTHER’ 표기가 많다.
수거된 비닐은 코르크 형태로 변형해 화력발전소 등의 연료(고형 폐기물 연료·SRF)로 주로 쓰이며, 일부는 녹여 플라스틱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기초는 파악했으니, 이젠 비닐을 처리해볼 때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등이 운영하는 앱 ‘내 손안의 분리배출’엔 품목별 요령이 잘 정리돼 있다.
흩날리지 않도록 봉투에 담아 배출합니다.
*참고, 뽁뽁이(버블랩)도 비닐로 버리시면 됩니다.
‘쓰레기박사’로 유명한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이렇게 덧붙인다.
한 가지 더, 수거된 비닐은 선별장을 거치는데 육안으로 쉽게 상태를 확인하지 못하면 수작업 선별 과정에서 탈락하기 쉽다. 그러니 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분리 배출할 것!
요약하자면 ▷깨끗한 상태로 모은다(어려우면 종량제로) ▷스티커 등 부착물은 제거 ▷분리배출 마크를 확인 ▷투명한 비닐에 모아 버리기다
비닐을 직접 모아 분류해보니 자괴감부터 든다. 뽁뽁이는 왜 그리 많은지, XX토피아는 또 왜 그리 많이 갔는지…. ‘소비가 미덕’인 시대에서 ‘절제가 미덕’인 시대로, 이제야 반성해본다.
그 결과, 비닐 산은 이렇게 해체됐다. 오염된 비닐은 종량제 봉투로, 투명한 비닐은 투명한 비닐대로, 유색 비닐은 투명한 비닐봉지 속에, 그리고 묶어서 마무리.
분리배출법보다 중요한 건 쓰레기를 줄이는 것. 택배 하나에도 고민하고, 장바구니를 들며, 불필요한 포장은 거절하기. 반성이 앞서는 체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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