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기업가치 100조원대로 평가
공모가 산정결과 시장에서 인정되면
신주가치 157만원까지 높아질 수도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시총 100조원 이상의 초대형 기업에 도전하고 있지만 정작 모기업인 LG화학 주가가 연일 하락세다. 지배구조 개편과 연관된 SK텔레콤이 인적 분할을 택했을 뿐, 요즘 재계는 물적 분할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 투자자들은 하루아침에 알짜 사업 부분이 떨어져 나갈까 걱정이 많다. 이 때문에 포스코는 물적 분할을 택했지만 분할 신설 자회사 상장을 하지 않겠다며 시장을 달래고 있다. 만약 LG화학이 LG엔솔을 인적 분할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LG화학이 인적 분할을 택했다고 가정하고 SK텔레콤와 SK스퀘어에 적용됐던 순자산 비율 배분 방식을 적용해봤다. 분할시점 기준 LG화학 주당 LG엔솔 주식 0.35주가 배정된다. 분할 전 50조원이던 시가총액은 LG화학 32조5000억원, LG엔솔 17조5000억원으로 나뉜다. LG엔솔 발행 주식 총수는 약 2500만주가 된다. 주당 70만원이다. LG화학 주당 24만5000원어치 LG엔솔 주식을 새로 받게 되는 셈이다.(※1주 이하라 인적 분할과 함께 LG엔솔이 액면분할을 단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LG엔솔을 인적 분할했다면 LG화학과 연결고리는 끊어진다. LG화학 주가는 이론적으로는 분할비율에 따라 45만5000원까지 떨어지게 된다. 문제는 LG엔솔이 상장 후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갖느냐다. 분할 방식이 달라져도 LG엔솔의 본질적인 기업가치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가정했다.
최근 LG엔솔이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보면 공모가 희망밴드 산출 과정에서 추정된 기업가치는 112조원이다. 2500만주로 나누면 주당 449만원이다. 정말 이 가치가 시장에서 인정받는다면 LG화학 1주로 LG엔솔 0.35주를 받은 주주는 157만원을 얻은 셈이 된다. LG화학 주가가 24만5000원 이상 하락해도 ‘남는 장사’다.
LG엔솔이 인적 분할 후에도 신주 발행으로 투자자금 10조원을 조달한다고 치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면 LG엔솔 주당 4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LG화학 1주로 LG엔솔 0.35주를 받은 주주라면 14만원을 부담하는 셈이다. 부담을 해도 되고 신주인수권을 시장에 팔아도 된다.
물적 분할로 이익을 본 쪽은 LG그룹이다. 인적 분할이었다면 LG엔솔이 신주 발행으로 10조원을 조달하려면 최대주주인 ㈜LG가 지분율(30.09%)만큼 증자에 참여해야 한다. ㈜LG는 올 9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과 금융기관 예치금만 1조7000억원이 넘는다. 자기자본은 10조원에 달하지만 부채는 2700억원에 불과하다. 3조원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 액수지만 물적 분할을 택한 덕분에 ㈜LG는 대규모 현금 유출 부담을 덜게 됐다.
LG화학 주주로서는 LG엔솔이란 유망 기업을 자회사로 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LG엔솔이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서 상당한 수준의 배당을 하거나 LG화학이 보유한 LG엔솔 지분을 매각해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경우다. 이번 상장 과정에서 LG화학은 일부 구주를 매출해 최대 2조5500억원의 현금을 챙기게 된다. 하지만 LG화학의 LG엔솔 지분율이 낮아질수록 이익을 나눌 기회는 점차 줄어들게 된다.
아이러니하게 LG그룹은 인적 분할로 가장 큰 수혜를 누린 곳이다. 2001년 국내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인적 분할을 도입했다. 이후 SK 등 상당수 대기업이 지배구조 개편에 이를 활용했다. 공교롭게도 LG화학의 LG엔솔 물적 분할 이후에는 SK와 CJ, 포스코 등 재계 여러 곳에서 물적 분할이 이뤄지거나 시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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