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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5세 고령자? 노인?… 임금피크 과연 차별의 문제인가[홍길용의 화식열전]
55세→60세 정년연장 보완제
근본 원인은 연공 중심 보상제
나이 보다 성과 중심평가 필요
법적 정의도 이 기회에 손질을

“쉰 살쯤 되니 하늘의 뜻을 알게 됐다(五十而知天命)” -논어-

공자(孔子)의 고백이다. 성인(聖人)의 얘기다. 평범한 사람들은 쉰 살이 되어도 세상은 알기 어렵다. 15세기 경국대전은 군역을 지는 장정의 나이를 16~60세로 정했다. 조선 정부가 쉰 살이면 몸 쓰는 데 큰 지장이 큰 없었다고 봤던 셈이다. 요즘 50대면 청춘까지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늙은이(老人)는 아니다. 우리나라 인구 10명 중 5명(2021년말 기준46.8%)이 쉰 살 이상이다.

대법원에서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차별하지 말라는 판결을 내렸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고법) 위반이라는 판단이다. 이 법은 ‘고령자’ 정의가 남다르다. 다른 법들은 법조문에 정의하는데 이 법은 시행령에서 정한다. 기준도 55세로 가장 낮다.

노인복지법에서는 노인은 65세 이상이다. 노인장기요양법도 ‘노인 등’을 65세 이상 또는 65세 미만이지만 노인성 질병을 가진 사람으로 정의했다.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은 주거약자 기준이 65세·장애인이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은 노인과 고령자를 같은 범주로 묶고 있다.

고고법은 ‘정년 60세’가 규정된 법률이다. 1992년 제정때에도 ‘고령자’는 시행령으로 55세로 정했지만 정년은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했다. 1993년 5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13%가 채 되지 않았지만 2012년 25%를 돌파한다. 2013년 ‘정년은 60세로 한다’로 법이 바뀌고 2016년부터 시행됐다. 정년연장에 따른 사업자 부담을 고려해 55세 이후 임금을 깎는 제도가 도입됐다.

2013년 법 개정 당시 55~59세는 인구의 6.8% 정도였지만 2016년 7.97%로 늘어나고 2018년 8.33%으로 정점에 달한다. 이후 다시 낮아져 지난해에 8%에 턱걸이 했다. 60세 이상은 2013년 19.8%에서 2016년 22.95%로 이후 증가율이 가팔라져 2018년 25%, 지난해 30%를 돌파한다. 55세 인구 비중은 2021년말 38.14%로 1993년 12.2%보다 3배 이상 높아졌다.

기업들은 이번 대법원 판결이 달갑지 않다. 55세 이상 직원들의 임금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명예퇴직 위로금도 더 줘야할 수 있다. 사실 이번 사태의 근본은 고령자 ‘차별’ 보다는 ‘예우’다. 임금피크는 오래 근무하면 임금이 높아지는 연공제에 대한 반작용이다. “일 제대로 하면 나이가 많다고 급여 깎지 말라”는 이번 판결을 다르게 읽으면 “일 못하면 나이만 많다고 급여 더 주지 말라”가 아닐까?

재택근무 확산으로 구성원 업무효율 관리가 더 중요해졌다. 평가체계의 완성도는 조직효율과 비례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면 다른 노동에는 다른 임금이 적용되어야 한다. 노동이 생산하는 부가가치가 같다면 임금도 같아야 한다. 결과가 다르면 보상도 달라야 한다. 직무급제 확산이 빨라질 듯하다. 대규모 공채도 사라지고 있다. 순환 보직제도 폐기 수순이다. 근로계약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멀쩡한 장정들을 ‘고령자’로 만들지는 말았으면 싶다. 국무회의만 열면 된다. 나라 전체로도 55~65세의 인적자원이 부가가치를 계속 만들어 내는 게 낫다. 대부분 고등교육을 받은 세대다. 나이 많다고 더 받는 게 아니라, 나이가 많아도 젊은 이들 못지 않은 효율을 발휘하도록 독려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50대라고 함부로 ‘꼰대’라 하지는 말자. 청춘들의 아빠·엄마·삼촌·이모·고모·형·누나·언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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