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긴축전환 어려워
엔/원 환율 ‘바닥’ 아닐 수
원화가치 변화가 더 변수
최근 엔화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 글로벌 경제에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일본 엔화의 가치가 최근에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면서다. 지난 3월 1000원 아래까지 떨어지면서 과연 엔화 값이 얼마나 더 추락할 지, 얼마나 반등할 수 있을 지가 투자의 관건이 됐다.
“지금 상황에서 긴축적 통화정책은 적절한 수단이 아니다”
6일 일본 중앙은행 구로다 하루히토(黒田東彦) 총재의 발언이다. 엔화 초 약세는 한미다로 일본 경제가 시원치 않아서다. 물가가 올라도 경기를 훼손할까 두려워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금리상승은 비용부담 증가다. 기업이 임금을 높여 가계 소득을 높일 수 있을 정도로 경제가 튼튼해야 감내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기업 이익이 줄고 가계 소비가 위축돼 경기가 냉각된다.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물가상승과 함께 임금인상이 가파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일본은 그렇지 못하다. 미국 보다 앞선 기준금리 인상으로 원화 환율이 안정적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10년 국채 수익률(yield)은 한국 3.493%, 미국 3.047%, 독일 1.324% 일본 0.238%다. 일본 이자율은 비교가 안되게 낮다. 엔화 가치를 지탱했던 글로벌 자금이 일본을 외면하면서 환율도 상승하고 있다. 일본은 국채 발행분 대부분을 연기금 등 국내 금융사 자금이 소화해주는 덕분에 강제적인 금리상승을 막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일본의 글로벌 기업들은 자국 보다는 해외투자를 더 선호하면서 성장률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의 긴축은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지만 일본의 금리인상은 당분간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일본 기업들이 단기간에 금리 상승을 감당할 정도로 경쟁력을 회복하기 쉽지 않아서다. 특히 세계에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일본이다. 은퇴자들은 물가가 오르면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높다. 엔화 가치가 지금이 바닥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엔/원 환율은 2013년 900원 아래로 떨어졌었고,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컸던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755원까지 추락했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일본 경제성장률 전망은 올해 2.4%, 내년 2.3%다. 우리나라는 올해 2.5%, 내년 2.9%다.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한 일본 보다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더 견조하다. 구로다 총재는 2013년 아베 내각에서 임명돼 ‘무제한 금융완화’를 펼쳐왔다. 1990년 이후 20년 이상 계속된 디플레이션과 엔고 탈출을 위한 ‘아베노믹스’의 한축을 담당한 인물이다. 내년 5월 임기가 끝난다.10년 이상 이어온 통화정책 기조를 재임 중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엔화 투자가 빛을 보려면 일본 경제가 좋아지든지, 우리 경제가 나빠져야 한다. 전자는 당장 쉽지 않아 보이니 후자에 좀 더 신경을 쓰는 게 나아 보인다. 높아진 금리와 임금을 우리 가계외 기업들이 얼마나 버텨낼 지다.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