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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글로벌 환율대란과 미국의 달러 제국주의
非달러 통화가치 ‘추풍낙엽’
전쟁·에너지대란으로 심화
美구매력·경기 상대적 양호
연준 통화정책 반전 어려워
中견제=對美 강제투자 압박
달러 강세가 달러값 더 높여

“일이 벌어졌을 때 이익을 얻은 자가 있다면 그가 주동자다. 손해를 보는 자가 있다면 이익을 얻는 자도 살펴야 한다(事起而有所利, 其尸主之 有所害, 必反察之).”-한비자(韓非子) ‘유반(有反)’

외환시장이 난리다. 달러 강세로 다른 통화들의 가치가 ‘추풍낙엽’이다. 누군가는 이익을 보고 있다. 달러를 찍어내 금융위기와 코로나19를 극복했던 미국이다. 이번엔 달러 강세로 인플레이션을 수출하며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희생을 요구한다. 옛 제국주의 경제가 떠오른다.

주요 6개 통화(엔·유로·파운드·캐나다달러·스웨덴크로나·스위스프랑) 대비 달러 가치인 달러인덱스가 6일 20년 만에 110을 돌파했다. 인플레이션 극복을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가파르게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달러 가치가 급등했다. 영국 파운드가 기축통화 지위를 잃은 사례를 제외하면 외환위기는 주로 신흥국의 전유물이었다. 최근에는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 심지어 선진국도 외환위기를 걱정할 처지가 됐다.

기원을 살펴보자. 1차 석유파동(Oil Shock) 직후인 1974년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군사 지원을 제공하는 대가로 원유 거래를 달러로만 하는 밀약을 체결한다. 원유가 달러 가치를 뒷받침하는 ‘페트로(petro) 달러’의 탄생이다. 금 태환이 깨지면서 흔들리던 달러의 국제적 위상은 다시 높아진다. 달러가 사실상 유일한 국제결제 통화로 자리 잡으면서 원자재시장에서도 선물거래를 앞세워 런던을 추월한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달러를 쓰지 않는 나라들은 더 많은 돈을 주고 달러를 사야 한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까지 오르면 비싼 값에 달러를 더 사야 하는 ‘이중고(二重苦)’다. 보통 금리를 올리면 환율을 낮추는 효과가 발생한다. 그런데 유럽중앙은행(ECB)이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해도 유로화 가치는 계속 하락세다.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렸지만 올해 원화 가치 하락폭은 유로화보다 더 깊다.

연준은 아직 기준금리를 다 올리지 않았다. 현재 2.5%인데 4%까지 올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참을 더 올려야 한다. 달러 가치도 그만큼 더 오를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자산을 달러로 가지고 있어야 가치 하락을 피할 수 있다. 달러를 더 찾게 되고, 달러 값은 더 오르게 된다. 달러는 보통 지표채권으로 보유한다. 미국 10년 국채금리(가격과 반대)의 상승 기울기는 기준금리를 반영하는 단기채권보다 완만하다.

연준이 금리인상을 멈추게 하려면 경기침체 조짐이 뚜렷해야 한다. 최근 미국 경제지표는 그리 나쁘지 않다. 달러 강세로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구매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가스관을 잠그고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에 나서지 않으면서 유럽은 미국산 에너지를 써야 한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은 자국 방위산업체들의 실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한 러시아는 전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전쟁이 지속되면 원자재 대란은 계속된다.

최근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소법(IRA)으로 국수적 산업정책 방향을 뚜렷이 드러냈다. 중국 견제라지만 결국 미국 중심주의다. 미국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주요 기업이 모두 미국에 대한 투자계획을 밝히고 있다. 투자는 고용을 늘리고 경기를 개선시킨다. 혁신도 자극한다. 전 세계의 부(富)가 미국으로 향하고, 이는 다시 달러 가치를 더 높인다.

미국의 달러는 다른 나라에 대한 비대칭 전력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페트로 달러’의 한 축이던 사우디아라비아도 위안화 결제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 등이 제3세계와의 원자재 거래에서 달러 결제망을 사용하지 않기 시작했다. 디지털통화(CBDC)가 도입되면 국제결제 패러다임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러시아에 에너지를 의존하다 낭패를 본 유럽도 미국에만 의지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제우스의 ‘번개(Astraphe)’는 무적의 무기이지만 그를 막아낼 무쌍의 ‘방패(Aegis)’도 존재한다. 역사는 모순(矛盾)이다. 토인비의 말처럼 ‘도전과 응전’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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