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감수…과감한 긴축 강행
가만히 있어도 자산가치 하락
실질가치 유지할 투자처 필요
달러채권 ‘이자+환차익’ 가능
국내주식 지수 또는 종목선별
큰 힘을 가진 이의 실수는 많은 이들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1970년대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던 아서 번즈는 1차 오일쇼크가 진정되는 듯하자 1974년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내린다. 하지만 2차 오일쇼크로 다시 물가가 급등한다. 후임인 폴 볼커가 초강력 긴축을 한 후에야 물가가 잡힌다.
지난 해 시장에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제기하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일시적(transitory)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전 연준의장이자 재무장관인 재닛 얠런도 맞장구를 쳤고 통화 긴축은 미뤄졌다. 올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물가가 폭등했고, 연준은 부랴부랴 공격적인 긴축에 돌입한다.
번즈나 파월은 2차 오일쇼크와 러·우 전쟁 탓을 하고 싶을 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둘 모두 오판을 했다는 게 중론이다.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인지 최근 파월 의장을 보면 경기침체를 감수하더라도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결심이 단호하다.
전세계에서 경제 펀더멘털이 가장 강한 미국이 가계와 기업에 ‘아픔’을 각오하라고 경고할 정도면 다른 나라들은 ‘고통(agony)’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달러가 강해지면 달러화를 쓰지 않는 곳에서는 인플레이션과 통화 약세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뜻이다. 자산가치가 쪼그라들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국내만 보면 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현금흐름이 나오는 곳에 자산을 두어야 한다. 해외로 범위를 넓히면 통화가치가 높아지는 곳이 유리하다. 지난 수치로 보면 달러로 자산을 보유하면 환율을 통해 변동성 위험이 줄어든다. 달러가 강할 수록, 증시 변동성이 클 수록 해외비중을 높이는 게 유리하다.
2000년 이후 다우존스가 오르면 원화강세, 내리면 원화약세인 경우가 많았다. 증시에서 수익이 나면 환차손으로 이익이 줄어들지만, 증시에서 손해를 봐도 환차익으로 손실이 줄었다는 뜻이다. 올해 S&P500이 20% 하락할 때 원화가치는 18% 하락했다. 원화 환산 S&P500 수익률은 -2%다.
S&P500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0배다. PER의 역수인 기대수익률 5%다. 미국 국채금리는 3.5~4%다. 수익률 차이가 1%포인트 수준에 그친다. 둘 다 8%대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는 못미친다. 그래도 채권의 투자 매력이 더 높다. 현재 1400원인 환율이 1년 후 1500원까지 간다고 치자. 지금 4%짜리 달러채권에 투자하면 연 11%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미국 채권금리가 더 오르면 보유한 채권의 시장가격은 더 떨어진다. 하지만 원화약세도 그만큼 진행돼 환차익 기대폭도 줄어드는 만큼 큰 손실은 아닐 수 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경기를 반영한다. 전세계 안전선호 자금의 주매입 대상이다. 상대적으로 가격 안정성이 높다. 22일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가격이 급락(금리급등)한 단기 국채와 달리 10년 국채는 비교적 차분했던 이유다.
달러채권이 좋다고 자산을 몽땅 떨어넣을 수는 없다. 국내 투자도 해야하는 데 계산법은 다를 필요가 있다. 올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약 5%다. 최근 국채금리는 약 4%다.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로, 역수인 기대수익률은 10%다. 1년 후 코스피가 2550선이면 10% 수익률이다. 이론적으로는 아직 채권 보다 주식의 투자매력이 높다.
지수에 투자한다면 진바닥에 가까울 수록 기대수익을 높일 수 있다. 코스피 2300은 아직 바닥이 아니라는 관측이 많다. 기술적으로는 2200선 중반이 유력하다. 더 중요한 것은 종목이다. 유동성 위축국면에서는 이익증가율이 양호한 기업이 PER 값 하락에도 주가가 견조하게 유지된다.
종목 투자는 지수보다 나은 수익을 노리는 전략이지만, 그만큼 선택 실패에 따른 위험도 따른다. 물가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을 가격인상으로 전가시킬 정도의 시장지배력을 갖춘 기업, 이익변동성이 낮아서 주가가 하락해도 안정적인 배당을 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선택지를 좁힐 필요가 있다.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