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2인자인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의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알려진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이 금리인상 속도를 완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위기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도가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평가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으며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피벗(긴축정책 선회)’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워싱턴지국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조만간 느린 속도로 금리인상에 나서는 것이 적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오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5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는 대신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금리 인상)’으로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에 연준 최고위층이 힘을 실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긴축의 누적 효과가 스며드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공격적인 금리인상과 양적긴축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데 걸리는 정책 시차를 금리인상 속도 조절 검토의 이유로 설명했다. 최근 미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7.7%로 전월(8.2%)은 물론 시장 전망치(7.9%)를 밑돈 가운데, 12월 FOMC 전까지 추가 발표될 물가와 고용 지표를 검토해 인상폭 조정에 나서면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금리인상발(發) 경기 침체 가능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월가와 주식 시장 등에서 기대한 ‘피벗’ 가능성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이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워싱턴지국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조만간 느린 속도로 금리인상에 나서는 것이 적절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블룸버그 홈페이지 캡처]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인플레이션 정점은 내년 상반기에나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며 “(연준이) 금리인상과 관련해 추가로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더라도 당분간 금리인하로의 전환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고 미 언론들은 일제히 분석했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연준은 최대 고용과 함께 2%란 물가상승률 목표 달성에 아주 많이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연준 내 다른 고위 인사들도 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싣는 발언을 이어갔다. 크리스토퍼 윌러 연준 이사는 전날 시드니에서 투자은행 UBS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 “연준이 12월 혹은 이후 회의에서 ‘빅스텝’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 목표치에 가까워질 때까지 금리는 한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연준 내부 기류에 인플레이션이 고점에 이르렀다는 기대로 흥분했던 뉴욕증시도 분위기가 가라앉으며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11.16포인트(0.63%) 하락한 33,536.70으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날보다 35.68포인트(0.89%) 떨어진 3,957.25로, 나스닥지수는 127.11포인트(1.12%) 밀린 11,196.22로 장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