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프리미엄 반영은 안돼
미래가치 상승에 강한 자신감
연 6.5% 高利로 1.7조 차입
상폐 후 고가 재상장이 지향점
메디트와 시너지 낼 결합 변수
1년전 대규모 횡령사건이 터졌던 오스템임플란트에서 이번엔 경영권 공방전이 벌어졌다. 경영진을 바꾸겠다는 행동주의 펀드의 ‘창’과 경영진과 손잡은 사모펀드의 ‘방패’가 맞붙었다. 승부의 키는 ‘수읽기’가 될 전망이다. 오스템임플란트의 미래가치를 누가 얼마나 잘 간파하고 있는지다.
▶강성부가 쏘아올린 작은 공…MBK엔 대박 기회(?)=한진칼로 이름을 알린 KCGI의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에브리컷홀딩스는 지난해 말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6.57%를 1277억원에 매입했다. 1주당 13만원 꼴이다. 에브리컷이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7.18%), 국민연금(5.04%), KB자산운용(5.04%) 등과 손을 잡으면 지분율이 23.83%에 달해 최 회장(20.6%)을 넘어서게 된다.
횡령 사고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최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를 ‘용병’으로 고용했다. 보유 지분 294만주 가운데 144만주를 2740억원에 MBK에 매각하고 이후 공개매수로 3년내 상장 폐지까지 노리는 전략이다. 상장이 폐지되면 경영권 공격은 원천 봉쇄된다.
▶경영권 프리미엄 붙었을까?=정부는 M&A에서 피인수 기업 지분을 일정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사도록 하는 ‘의무매수제도’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아직 입법 전이다. 이번 거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최대주주가 더 높은 값을 받으려면 경영권을 넘기는 대가로 프리미엄을 받아야 하는데, 좀 애매하다.
MBK가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오스템임플란트 최대주주는 특수목적법인(SPC) 덴티스트리엔베스트먼트로 바뀐다. 하지만 최 회장은 2명의 이사 지명권, 1명의 이사 동의권, 그리고 의공동의결권을 갖게 된다. 덴티스트리가 보유한 지분에 대한 우선매입·협상권과 매도 청구권도 확보했다.
이번 거래 후에도 최 회장은 약 15%의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다. 오스템임플란트와 그 종속기업 지분 매각대금 3706억원도 손에 쥔다. 향후 덴티스트리가 얻게 될 투자차익 일부도 나눠받을 수 있다. 경영권을 되찾을 권리를 예약해둔 셈이다. 주당 19만원에 경영권 매각에 따른 웃돈이 반영됐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유달리 적극적인 MBK…미래를 보았나=오스템임플란트 매출은 2020년 6316억원, 2021년 8246억원으로 성장했고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다. 중국 등 신흥시장의 임플란트 성장세를 감안하면 지난해 1만원 선이던 주당순이익(EPS)은 올해 1만2000원, 내년 1만5000원 선까지 가능할 전망이다. 최 회장 지분매입과 공개매수에 제시한 가격은 주가수익비율(PER) 약 20배다.
2위 덴티움의 12배 보다는 높지만 글로벌 경쟁사 19배와 비교하면 아주 높지는 않다. 25일 현재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평균치이기도 하다. 오스템임플란트의 EPS가 3년내 E50% 정도 오르면 MBK 입장에서는 충분히 남는 장사다. MBK는 공개매수 자금 마련을 위해 자기자금(4250억원) 외에 NH투자증권을 통해 1조7000억원을 차입하기로 했는데, 무려 연 6.5% 금리다. 연간 금융비용만 1100억원이다. 주당 19만원에 사들여도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볼 수 있다.
▶비대칭전력, 메디트=MBK가 2조원 넘는 자금을 조달해 오스템임플란드에 뛰어든 데에는 또다른 ‘믿는 구석’도 있다. MBK는 최근 PEF 유니슨캐피탈로부터 치과용 3차원 스캐너 제조업체 메디트 지분 99.5%를 약 2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3D 스캐너는 임플란트와 ‘찰떡 궁합’이 될 수 있다.
2019년 유니슨이 메디트를 인수할 때 기업가치는 6400억원이었다. 3년만에 3.5배 이상 가치가 뛴 셈이다. 메디트는 지난 해 매출 1900억원에 영업이익은 무려 1032억원에 달한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5%다. 5년 내 2.5배 이상 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이다. 가파른 성장을 기대할 만 하다.
오스템임플란트과 메디트를 ‘잘 묶으면’(Bolt-on) 그 가치가 상당히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메디트로 큰 수익을 낸 유니슨도 이번 오스템임플란트 투자에 뛰어들었다. MBK가 공개매수로 오스템임플란트 지분율을 최대한 높이려는 것도 두 회사간 결합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지분율이 높을 수록 기업결합 시 내부가치의 외부 유출을 최소화 할 수 있다.
▶공개매수, 응해? 말아?…큰손들 셈법은=10년 이상 오스템임플란트에 투자한 국민연금의 주당 매입단가는 5만원 미만이다. KB자산운용은 지난 해 11만6000원의 매입단가로 5% 지분 신고를 했다. 라자드의 5% 지분 보유 첫 신고는 2021년 8월로 매입단가는 14만원 이상이다. 한참 주가가 오를 때 산 것으로 보인다. 당장 팔아도 남는 장사지만 성장잠재력을 감안하면 아쉬울 수도 있다.
공개매수에 응하는 주주가 많을 수록 상장폐지가 용이해 최 회장 측에 유리한 구조다. 하지만 공매매수에 응하는 수량이 애매하면 상황도 어정쩡해질 수 있다.
공개매수는 2월28일 이뤄진다. MBK 측 지분이 크게 높지 않으면 그만큼 최 회장 체제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가 크다는, 공개매수 가격이 낮다는 뜻이 된다. 3월 정기주총에서 에브리컷홀딩스가 임원진 교체를 시도하며 반격에 나설 수 있다. 올 3월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2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덴티스트리가 공개매수 최소 목표수량인 239만주를 확보하면 최 회장 보유분과 합해도 지분율은 34%에 그친다. 임원해임(의결권 3분의2)은 물론 선임(의결권 과반)에도 못미친다. MBK와 강성부 대표가 오스템임플란트에서 애매한 ‘동거’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개인 주주들 선택은 어떻게?=오스템임플란트 주가가 길지 않은 미래에 19만원 이상 갈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번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는 게 낫다. 대신증권은 25일 오스템임플란트 목표주가를 24만원으로 제시했다. 이 전망이 맞다면 지금 공개매수 가격은 너무 낮은 셈이다.
하지만 MBK가 최소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공개매수가 실패하면최 회장과의 지분매매를 비롯한 모든 거래가 무효가 된다. 이 경우 공개매수를 재료로 올랐던 주가가 급격히 조정받을 수 있다. 이 때부터는 강 대표와 최 회장의 경영권 다툼이 새로운 재료가 된다.
기관 상당수가 공개매수에 응하거나 MBK 측이 과반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진다. 에브리컷에게는 승산 없는 싸움이다. 이 경우 에브리컷도 주당 19만원에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MBK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공개매수로 상장폐지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역시 응할 지 여부는 각 주주의 선택이다. 상장이 폐지되어도 주식 보유는 가능다. 다만 거래가 어렵고 장외시장 양도시 매매차익에 과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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