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2012년부터 핵어뢰 개발 나서…“적 파괴·소멸”
핵어뢰 수중폭발시 ‘방사능 쓰나미’ 치명적인 피해
美, 러시아 핵어뢰 ‘포세이돈’ 대응 방안 모색 골몰
북한이 핵위협 카드를 다양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의 해안 도시와 군사시설을 겨냥한 ‘핵어뢰’인 수중전략무기체계 ‘해일 시리즈’ 개발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달 28일 공개한 ‘해일-1’의 잠항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의 핵위협 카드가 다양화되고 있다.
특히 북한은 최근 들어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의 해안 도시와 군사시설을 겨냥한 ‘핵어뢰’인 수중전략무기체계 ‘해일 시리즈’ 개발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8일 지난 4~7일 국방과학연구기관에서 수중전략무기체계시험을 진행했다며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2’ 시험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통신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함경남도 금야군 가진항에서 출발한 ‘해일-2’는 1000㎞의 타원과 8자형 침로를 7시간 6분간 잠항해 7일 오후 함경남도 단천시 룡대항 앞바다에 도달했다.
통신은 시험용탄두가 가상 목표수역에서 정확히 수중기폭했다며 신뢰성과 치명적인 타격능력을 완벽하게 검증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핵어뢰 시험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북한은 먼저 지난 달 21일 함경남도 리원군 해안에서 출발한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이 80~150m 심도에서 역시 타원과 8자형 침로를 59시간 12분간 잠항해 23일 함경남도 홍원만 수역에 도달한 끝에 시험용탄두가 수중폭발했다고 밝혔다.
또 이틀 뒤인 지난 달 25일에는 원산만에서 투입된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1’형이 600㎞의 톱날 및 타원형 침로를 41시간 27분간 잠항해서 27일 오전 함경북도 화대군 앞바다에 도달해 시험용탄두가 정확히 수중기폭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해일’과 ‘해일-1’, ‘해일-2’ 등 최소 3종의 핵어뢰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사진에서도 ‘해일-1’은 회색 동체에 상부가 붉은색으로 도색된 반면, ‘해일-2’는 검은색 동체에 탄두부 끝이 노란색으로 확연하게 달랐다.
‘해일-1’에 비해 ‘해일-2’의 잠항거리와 길이가 대폭 늘어났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해일-1’의 경우 600㎞ 거리를 41시간 27분간 잠항했지만 ‘해일-2’는 1000㎞를 71시간 6분간 잠항했다.
‘해일-2’는 보다 먼 표적을 공격하기 위해 잠항시간을 늘리고 배터리 용량 등을 키우면서 동체도 다소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가장 먼저 시험한 ‘해일’의 잠항거리는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은 해일 시리즈의 임무가 수중폭발로 ‘방사능 쓰나미’를 유발해 목표를 파괴·소멸하는 데 있음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첫 번째 해일 시험 소식을 전하면서 “수중핵전략무기의 사명은 은밀하게 작전수역으로 잠항해 수중폭발로 초강력적인 방사능 해일을 일으켜 적의 함선집단들과 주요 작전항을 파괴 소멸하는 것”이라며 “임의의 해안이나 항 또는 수상선박에 예선해 작전에 투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어뢰 해일 시리즈는 ‘둠스데이’(종말의 날)로 불리는 러시아의 핵어뢰 ‘포세이돈’을 연상케 한다.
지난해 길이 184m로 현존 세계 최대 잠수함인 러시아 해군의 핵잠수함 벨고로트(Belgorod)가 탑재하고 출항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던 포세이돈은 직경 2.5m, 길이 20m로 웬만한 잠수정 크기에 육박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리틀보이’의 파괴력 15Kt(1kt=1000TNT 폭발력)보다 100배 이상인 2Mt급의 파괴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2Mt급의 파괴력을 지닌 포세이돈이 연안 수중에서 폭발한다면 500m 높이의 방사능 쓰나미를 일으켜 항공모함을 비롯한 군함과 해안에 위치한 군사시설은 물론 도시가 절멸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현재 러시아의 포세이돈을 요격 및 방어하기 위한 대응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핵위협 카드를 다양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의 해안 도시와 군사시설을 겨냥한 ‘핵어뢰’인 수중전략무기체계 ‘해일 시리즈’ 개발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8일 공개한 ‘해일-2’의 잠항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물론 북한의 해일 시리즈가 충분한 파괴력을 갖고 있는지와 정확한 목표 지점으로 보낼 수 있는지 등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러시아의 포세이돈과 단순비교는 무리다.
다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날로 고도화되고 다종·다양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핵어뢰라는 무시할 수 없는 위협요인이 또 하나 늘어났다는 점에서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당장 핵어뢰 시험만으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미니 SLBM,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저수지 발사 탄도미사일에 더해 가뜩이나 탐지가 어려운 북한의 수중도발수단이 하나 더 늘게 됐다.
특히 ‘천조국’ 미국조차 러시아 핵어뢰에 마땅한 대응체계를 구축하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 군당국이 감시망을 피해 공해상으로 우회해 공격해 오는 북한 핵어뢰를 탐지·요격할 능력을 갖췄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일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의 수중핵자폭드론 잠항거리가 1000㎞라면 수상함정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북의 항구를 출발해 일본의 항구까지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거리고, 수상함정을 이용하면 괌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며 “수중핵폭발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항구뿐만 아니라 원거리 항모단이나 상륙강습단을 은밀하게 공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지점은 북한이 이미 오래 전부터 은밀하지만 나름 차근차근 핵어뢰 개발을 밀어붙여 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조선중앙통신은 첫 번째 ‘해일’ 시험 소식을 전하면서 “국방과학연구기관은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12년부터 새로운 시대의 전쟁 양상을 연구하고 제국주의 침략군대의 군사기술적 우세를 견제하기 위한 자위력 강화의 발전방향을 규제하면서 새로운 작전개념으로부터 출발한 수중핵전략공격무기체계 개발사업을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2021년 10월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에 수중핵전략무기체계가 비공개로 보고됐다”면서 “이 비밀병기는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로 명명됐으며 당대회 이후 지난 2년 간 50여차의 각이한 최종단계 시험을 거쳤다”고 자신있게 공개하기도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29차례나 핵어뢰 시험을 직접 지도하기까지 했다.
한편 현재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핵어뢰 수준에 대해 아직 초기단계로 평가하면서 북한 관영매체 보도가 과장되고 조작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주장한 핵무인수중공격정에 대해 공동분석을 진행중이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