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양곡관리법과 달리 파업 등 ‘의료공백’ 변수
尹, 간호법 제정 ‘공식 공약’ 아닌 ‘구두 공약’ 논란도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저지 전국간호조무사 대표자 연가투쟁에서 참가자들이 간호법 반대 구호가 적힌 피켓을 손에 들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민의힘이 윤석열 정부의 간호법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여부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1호 거부권’ 사안이었던 양곡관리법과 달리, 간호법은 ‘의료계 파업’이 변수로 남아있어 쉽게 거부권 행사를 논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거대야당과 정부 사이에 낀 여당 ‘국민의힘’은 우선 간호단체를 협상 테이블로 끌고 나오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0일 본지와 통화에서 “간호단체와 만날 의향이 있다”며 간호사 단체와 추가 협상 가능성을 암시했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막 순간까지 타협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끝내 강행처리한다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의 발언 후 여권에선 지도부의 ‘거부권 행사 건의’가 기정사실화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윤 원내대표의 발언은 ‘민주당 압박용’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본회의에서 간호법이 통과된 이후 윤 원내대표가 직접적으로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 어떤 말씀도 하신 적 없다”며 “본회의 전 더불어민주당의 강경한 태도에 대응하고 민주당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어떻게든 민주당이 벌려놓은 판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간호단체와 조율하려고 최대한 노력 중”이라고 부연했다. 오는 16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그 전에 ‘거부권 행사’를 공식화하면 협상 경로까지 막힌다는 우려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농민’이 주요 이해당사자였던 양곡관리법과는 다르게, 간호법 제정을 둘러싸고 의료계가 찬반으로 갈라진 것도 국민의힘이 거부권 행사 건의를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다. 원내지도부 의원은 “간호법이 통과될 경우 의사, 간호조무사가 파업에 돌입한다고 공언한 상태”라며 “최근 의료시설 부족으로 국민들이 불편해한다는 기사가 많이 나오는데 이럴 경우, 정부여당이 여론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간호법이 (거부권 행사로) 폐기될 경우엔 간호사 단체들도 단체행동을 하겠다고 선포한 상태”라며 “지금은 파업을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지만, 갈등이 극에 달하면 어찌될 지 모르고 어느쪽이든 국민이 느끼는 의료공백은 불가피해 여당도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국민들이 의료현장에 불만을 느낄 경우 정부여당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원내지도부 핵심관계자도 “간호협회에 국민의힘 입장이 바늘로도 들어가지 않는다”며 “거부권을 행사하면 간호법 자체가 사라지니, 개정안이라도 받고 간호법 제정 목적의 60~70%라도 달성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간호법’에 긍정적 입장을 밝힌 것이 거부권 행사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대한간호협회를 찾아 간호법 제정과 관련해 “공정과 상식에 합당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저희 의원님들께 잘 부탁드리겠다”고 했다. 2주 뒤엔 당시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이었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협회를 찾아 “국민의힘은 누구 못지 않게 앞장서서 조속히 입법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후보가 직접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에게 ‘공약을 이행하라’며 간호법 제정을 강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여당은 ‘공식 공약’이 아니라 ‘구두 공약’이라고 반박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지난 3일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간호법 제정을 공약하지 않았다”며 “간호사 처우 개선에 대한 원칙을 선언했다”고 부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윤 대통령이 “합리적으로 결정하겠다” 정도의 답변을 했고 공식적으로 약속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시 영상이 남아있는데 무조건 ‘아니다’고 잡아떼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고 ‘공식 공약’과 ‘구두 공약’을 구분짓는 것도 말장난 같지 않냐”며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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