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5일 대구 동구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 설치된 불타는 지구 조형물 앞으로 분수대가 가동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지구 평균 기온의 최고 기록이 연이틀 새로 쓰였다. 지구 온도 상승을 저지하기 위해 전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천명하고 있다. 한국도 법률로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5% 이상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이 정도의 노력으로는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을 막기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청소년부터 아기까지 ‘미래 세대’들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미흡해 이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소송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엄마들도 나섰다.
지난 6일 ‘정치하는엄마들’,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등 50명은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는 국내에서 기후위기와 관련해 낸 다섯 번째 헌법소원이다.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정치하는엄마들',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가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치하는엄마들] |
이날 두 단체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은 미래 세대로 모든 걸 전가하는 위헌적인 계획”이라며 “이는 기후재난 대응을 포기하는 선언과 같다”고 밝혔다.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제1차 기본계획)은 2030년까지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루기 위한 부문 및 연도별 이행 대책을 담고 있다.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35% 이상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로 규정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을 구체화하는 계획으로 지난 4월 확정됐다.
단체들은 제1차 기본계획이 법으로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제1차 기본계획은 2018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총배출량을 기준으로 하면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순 배출량을 기준으로 해 실제 29.6% 감축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모든 분야에서 배출량을 합산한 값이지만 순배출량은 총배출량에서 산림·해양 등에서 흡수된 온실가스을 뺀 값이다.
제1차 기본계획에는 2018년도 6억8630만t에서 2030년 4억3660만t으로 줄이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하면서 “국제 사회에 제출된 2018년 총배출량은 7억2760만t이나 순배출량 기준으로는 6억8630만t”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
단체들은 “제1차 기본계획은 2024년에 ‘1.5도 온실가스 예산’을 초과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산화탄소를 온실가스로 환산하고, 전세계 인구를 한국 인구로 나눠 계산하면 내년에 국내 온실가스 예산이 바닥난다는 게 단체들의 설명이다.
지구 온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 선까지 전세계에서 배출할 수 있는 탄소나 온실가스의 양을 ‘탄소예산’ 혹은 ‘온실가스 예산’이라고 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지구 온도를 1.5도 상승을 저지하기 위한 탄소 예산은 4000억t 수준이다.
아울러 이들은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량의 75%를 윤석열 정부 임기 이후로 미뤘다”고도 지적했다. 제1차 기본계획의 연도별 감축 목표를 보면 2023~2027년에는 온실가스를 4890만t, 2028~2030년에 1억4840만t 줄이도록 돼 있다. 2030년까지 줄여야 할 온실가스 중 75%가 윤석열 정부 임기 이후 3년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
이외에 20년을 계획 기간으로 해야 하는데도 2031~2042년의 계획이 아예 없는 점, 재정 규모 역시 20년 중 향후 5년만 포함돼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의 김영희 변호사 [정치하는엄마들] |
소송을 주도하는 김영희 변호사는 “제1차 기본계획은 미래 세대의 기본권에 대한 불가역적인 침해”라며 “국가는 기후위기 및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으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과 재산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헌법소원 제기 취지를 밝혔다.
헌법소원 대표 청구인인 정치하는엄마들의 박민아 활동가는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의지가 있는 것이냐”며 “적어도 현재 세대가 버린 기후 쓰레기는 현재 세대에서 치워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이들을 포함해 헌법재판소에는 기후위기 및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5건의 ‘기후소송’이 제기돼 있다. 2020년 청소년 19명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태아와 어린이 62명이 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에 지난달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현행 법상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가 미래세대에 부담을 줘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의견을 내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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