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기업 투자 통해 신사업 육성하려는 허태수 회장 전략
스타트업과 손잡고 시작한 전기차 충전 사업 가속도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올해 8월에 열린 GS 신사업 공유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GS 제공] |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재계 8위 GS가 그룹의 차세대 먹거리 발굴을 위해 스타트업·벤처 기업 투자에 고삐를 죄고 있다. 기업형벤처캐피털(CVC)인 GS퓨처스, GS벤처스 등이 설립 3년 만에 투자한 기업은 총 70개에 육박한다. 해당 기업의 국가와 분야도 다양해 여러 투자 대상에서 알짜 신사업을 찾으려는 ‘저인망식’ 접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공격적 투자에 이어 구체적인 신사업 전략을 주문한 가운데, 내년부터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GS퓨처스, GS벤처스는 설립 이래 총 67개의 스타트업·벤처 기업에 투자했다. GS퓨처스, GS벤처스는 각각 2020년, 2022년에 설립됐다.
우선 GS퓨처스는 현재까지 총 49개의 기업에 투자했다. 올해에는 15개가 넘는 기업에 투자했다. 지난 9월에는 미국 스타트업 ‘머쉬너 랩스(Machina Labs)’에 투자했다. 2019년에 설립된 머쉬너 랩스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산업용 로봇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갖춘 ‘프린스턴 누에너지(Princeton Nuenergy)’에 투자했다. GS퓨처스는 바이오, 가상현실(VR) 플랫폼, 3D 프린팅 등을 전개하는 기업에도 투자했다.
대기업 지주사의 첫 CVC인 GS벤처스가 투자한 기업은 총 18개이다. 북미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GS퓨처스와 달리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투자 기업에는 ▷로봇 기술을 활용해 1인용 피자를 만드는 ‘고피자’ ▷유전자 조작을 통해 친환경 리튬을 회수하는 ‘그린미네랄’ 등이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조달 받을 수 있는 CVC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GS의 투자는 다른 CVC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공격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성장 가능성을 인정 받은 일부 스타트업·벤처들은 GS 계열사로 편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GS퓨처스가 투자한 미국 스타트업 머쉬너 랩스(Machina Labs)가 보유한 산업용 로봇. [머쉬너 랩스 유튜브 캡처] |
GS그룹 주요 계열사들도 스타트업·벤처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GS칼텍스는 폐플라스틱 수집 관련 스타트업인 G.E.T, GS에너지는 폐배터리 소재 추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EVCC에 투자했다. GS리테일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제작하는 로브로스에 투자했다.
GS의 투자는 허 회장의 ‘스타트업·벤처와 함께 하는 성장’ 전략이 반영된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기존 정유·석유화학, 에너지, 유통 등을 주력 사업으로 전개하는 GS가 신사업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스타트업·벤처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GS는 스타트업·벤처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4월 벤처 네트워킹 행사 ‘GS 데이’를 첫 개최했다. 올해 8월 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모여 신사업을 공유하는 자리에서는 스타트업·벤처 투자가 주요 화두로 언급됐다. 당시 허 회장은 “그동안 발굴해 온 벤처 네트워크 기술을 연결해 미래 시장을 선도할 신사업으로 구체화할 시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스타트업과의 협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대표적인 분야는 전기차 충전이다. GS에너지는 2021년 스타트업 지엔텔과 50대 50 합작으로 ‘지커넥트’를 설립하면서 전기차 충전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지분을 85.45%까지 확대해 종속회사로 편입시키고, 사명은 ‘GS커넥트’로 변경했다. GS에너지는 지난해 975억원을 투입해 전기차 충전 서비스 회사인 차지비를 인수, 현재 GS커텍트와 차지비간 합병을 완료했다. 공격적인 투자로 GS에너지는 전국에 4만대의 완속 충전기를 보유하고 있다. GS 관계자는 “신사업 발굴을 위해 스타트업·벤처에 대한 투자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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