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어에 주기적 광고 송출…넘버원 강조
세계 최고 기술력 자화자찬…업계선 ‘갸우뚱’
라스베이거스의 명물 세계 최대 원형 공연장 ‘스피어’에 TCL 광고가 송출되는 모습. 김민지 기자 |
[헤럴드경제(라스베이거스)=김민지 기자] 중국 가전 업체 TCL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4’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며 삼성·LG를 위협하겠다는 야망을 드러냈다. 라스베이거스의 최대 명물로 자리잡은 ‘스피어’에 천문학적 돈을 들여 광고를 싣고, 미디어 간담회에 창립자가 직접 등판해 미니 LED를 포함한 TV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적극 어필했다. 지난해 출하량 기준 글로벌 TV 시장에서 LG전자를 제치고 2위에 올라선 후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발톱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는 모양새다.
TCL의 CES 2024 미디어 간담회에는 톰슨 리 회장이 직접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톰슨 리 회장이 CES 2024 TCL 미디어간담회에서 “TCL은 가전과 TV에서 세계최고”라며 발표하는 모습. 김민지 기자 |
톰슨 리 회장은 현장에서 “TCL은 가전과 TV에서 세계 최고”라고 자화자찬하며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에서 2위를 달성했고 1위도 곧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98형 TV 쉽먼트(출하량)에서 ‘넘버 원(1)’이고 전 세계 출하량에선 ‘넘버 투(2)’”라며 “올해 CES에서 총 23개 제품군에 120여개 제품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에서 TCL은 LG전자를 제치고 출하량 기준 2위를 기록했다. 톰슨 리 회장 역시 이 점을 강조하며, 삼성마저 제치고 1위로 올라서겠다는 야망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프리미엄 LCD 급인 미니 LED TV에서 자신들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TCL은 이번에 115인치 미니 LED TV를 새로 선보였는데, 스포츠에 최적화된 강력한 화질이라며 품질 우수성을 갖췄다고 자평했다.
TCL은 이번 CES 2024에서 처음으로 163인치 마이크로 LED TV를 대중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TCL은 ‘CES 2024’에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을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CES 2024 관람객, 전시자, 미디어 등 모든 참가자가 착용해야 하는 뱃지 뒷면에 ‘TCL’이라는 로고가 크게 박힌 광고를 실었다. CES 2024 현장의 모든 사람들이 TCL 로고가 적힌 뱃지를 목에 달고 다니는 모습이 압권이었다.
뒷면에 TCL 로고가 크게 적힌 CES 2024 뱃지. 김민지 기자 |
무려 3조원이 투입된 라스베이거스 랜드마크도 점령했다. CES 2024 개막 전후로 ‘스피어’에 TCL의 광고가 주기적으로 등장했다. ‘글로벌 넘버 원 98형 TV 브랜드’임을 강조하며 스피어를 찾은 관람객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새겼다. 스피어는 지난해 9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오픈한 세계 최대 규모의 원형 공연장이다. 미국의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매디슨 스퀘어 가든(MSG)이 7년 전부터 기획해 총 23억 달러(약 3조원)가 투입됐다. 높이 111.6m 바닥 지름 157.3m로, 내·외부 모두에 고해상도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이 설치돼 있다. 둥근 외벽에 설치된 LED 스크린의 면적은 5만3884㎡로 축구장 6개에 버금간다. 시간 및 횟수에 따라 다르지만, 광고 비용만 최소 10억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공격적인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업계 전문가들은 TCL의 1위 달성 ‘야망’에 대해 의문을 표한다. 삼성전자를 제치는 것이 가능한지는 물론, 출하량 2위 조사 역시 믿을 수 없다는 평가다.
이번 CES 2024에서도 TCL, 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제품을 따라하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AI 기능을 탑재한 대형 TV를 강조했지만, 디테일한 성능에는 차이가 있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jakme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