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민의힘 공천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가운데 교체된 현역의원 대부분이 소장파-비주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도권 위기론을 촉발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당시 지도부 의원들은 대부분 단수공천됐으며 ‘윤핵관’ 의원들도 본선행이 유력하다. 국민의힘이 ‘시스템’ 공천을 주장하지만 공천 룰 자체가 친윤계 의원들에게 유리하게 설정된 것이 이유로 지목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오전 서울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친윤계 순항’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질문에 “그런 분들 중에서는 공천을 받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며 “선거과정에서 언론도 기계적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 그런 식의 비판이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뤄지는 막장 사태와 비교할 만 하냐”고 반박했다.

한 위원장은 김형동 비서실장을 ‘측근’으로 소개하며 “김 비서실장도 단수공천이 아니라 경선을 한다”며 “제가 눈 딱 감고 하나만 해달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제가 그런 식으로 공천에 어떤 방법으로든 관여한 것이 하나라도 있냐”고 부연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국민의힘이 친윤계 핵심 의원이 아닌 이들로 ‘컷오프 비율’을 채우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쇄신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비주류 의원들에 대한 지역구 재배치 및 컷오프를 결정했다는 비판이다. 이런 불만은 ‘김기현 지도부 책임론’에 기인한다. 국민의힘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수도권 위기론이 꾸준히 제기됐다. 중심에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수직적 관계’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이철규 의원이 “타고 있는 배를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승선하지 못한다”며 입단속에 나서면서 수도권 위기론은 ‘금기어’가 됐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도 김기현 전 대표 등 지도부는 ‘무공천’ 원칙을 세웠지만 윤핵관 의원들의 요구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공천했다. 결과는 17%차 참패였다. 인요한 혁신위에서 ‘중진 용퇴론’을 외쳤을 때에도 장제원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주류는 침묵했다.

실제 김기현 지도부(1기·2기 전체) 출신이면서 지역구 공천을 신청한 18명의 현역의원 중 13명은 단수공천을 받았다. 윤재옥, 박대출, 이철규, 이만희, 유의동, 박수영, 김성원, 배현진, 배준영, 태영호, 박정하, 유상범, 강민국 의원 등이다. 박성민, 강대식 의원은 경선에 진출했는데 복수의 공천관리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박성민 의원에 대해서는 ‘단수공천’을 해야 한다는 입장도 나왔다고 한다.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윤한홍, 권성동 의원에 이어 박성민 의원까지 단수공천이 되면 ‘특혜’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 같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시스템을 통한 객관적 공천을 표방했지만 당무감사, 당 기여도 평가 등에서 지도부가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역의원만을 대상으로 했던 교체지수 평가 지표는 ▷당무감사 30% ▷공관위 주관 여론조사 40% ▷기여도 20% ▷면접 10% 등이다. 당무감사는 지난해 11월 김기현 지도부 때 실시됐는데 사실상 ‘컷오프’를 위한 조사로 분류된다. 기여도 평가는 한 위원장과 윤 원내대표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중진 물갈이 비율 부족’ 지적도 지도부가 아닌 의원들로 방어했다. 조경태, 서병수, 김태호 등이다. 국민의힘 의원은 “100점 만점 중 50점이 지도부와 친윤계 의원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소신을 말하는 의원들을 교체해 현역 교체율을 채우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중진 의원은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하게 된 이유가 뭐였는지 잊은 것 같다”며 “수직적 당정관계를 만든 당사자들은 남아있고 수도권 위기론을 부정하던 이들은 단수공천을 받았다”고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서울 강남권 공천에 이의를 제기한 유경준 의원의 컷오프 결정을 유지할 계획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강남과 서초는 (국민의힘이) 사랑을 받는 곳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두 번 (공천을) 드리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무소속 출마를 시사한 이채익 의원에 대해서도 한 위원장은 “무소속 출마는 본인의 선택이지만 당의 입장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면 당선 후 복당은 허용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