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입장에선 이번 총선에 유리할 수도, 해가 될 수도
범야권 ‘세 몰이’이냐 민주당 ‘지지층 이탈’이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맞이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이끄는 조국혁신당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기존 제3지대 신당들보다 2배 이상 높은 정당지지율을 보이며 이번 총선 판세의 주요 변수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 정당’을 표방한 조국혁신당은 더불어민주당과 합심해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선거 구도를 부각시키고 있다.
조 대표의 창당 전부터 ‘조국의 강’이라는 야권의 트라우마가 민주당을 휘감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현재 민주당은 조국혁신당과 선거연합에 거리를 두고 있지만, 창당 후 상당한 지지세가 확인된 조국혁신당을 대놓고 외면할 수 없는 처지다. 이익이 될 수 있고, 반대로 큰 해를 입힐 수도 있는 도구다. 민주당 입장에선 조국혁신당이 이른바 ‘양날의 검’인 셈이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국혁신당이 민주당 ‘이탈 지지층’을 흡수하고 있다. 이 대표 못지않게 팬덤 지지층이 견고하다. 조 대표의 지지층은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모두 민주당 지지세력 범주에 속한다. 이 대표에 반감을 가진 민주당 지지층도 조국혁신당 쪽으로 가세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공천 과정에서 친명(친이재명)계와 친문계로 대표되는 민주당 계파 갈등이 도드라졌다.
이 같은 분석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뒷받침한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이 37%, 더불어민주당이 31%로 집계됐다. 신당 중에서는 조사 대상에 새로 추가된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6%로 집계됐다. 개혁신당 3%, 녹색정의당·새로운미래·진보당 각각 1%였다.
특히 비례대표 정당투표 의향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비례정당’(당명 국민의미래)가 37%, ‘더불어민주당 중심 비례연합정당’(당명 더불어민주연합)이 25%를 각각 기록했다. 조국 신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15%였다. 비례정당에서 국민의힘 지지자는 대부분(90%) 국민의힘 비례정당을 선택한 반면에 민주당 지지자의 표심은 민주당 중심 비례연합정당(62%)과 조국 신당(26%)으로 분산된 것이다.(이번 조사의 표본은 무선전화 가상번호 중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이며, 응답률은 14.4%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국(오른쪽) 조국혁신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민주당 입장에선 일장일단이 있는 조국혁신당과의 관계 설정이 총선 국면에서 풀어야 할 난제다. 우선 조국혁신당이 민주당 등 야권 선거 판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범야권의 세몰이가 예상된다는 관측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 입장에서는 흩어져 있던 범야권 세력의 응집표를 기대할 수 있다. 범야권 지지층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도 전망된다. 이른바 투표 당일 ‘야권 파이’가 커진다는 의미다.
민주당이 강조하는 선거 프레임인 ‘정권 심판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수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정치권에 등판한 이후 ‘정권 심판론’이 희석돼온 측면이 크다. 이 대표와의 1대 1 구도가 윤석열 대통령보다 한 위원장으로 초점이 맞춰지는 흐름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집권 3년 차에 치러지는 총선인 만큼 현 정권에 대한 중간 성적표 성격의 선거에서 ‘정권 심판론’은 필승 카드다.
하지만 조국혁신당의 돌풍이 민주당의 총선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도 많다. 야권 내 강성 지지층의 표심을 견고히 하는 효과는 있지만, 야권의 중도 확장성에는 오히려 해가 된다는 해석이다. 내로남불, 불공정 등 이른바 ‘조국의 강’ 트라우마다. 결국 각종 여론조사에서 20%대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는 중도·무당층 표심이 야권을 떠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민주당으로서는 ‘지지층 이탈’도 걱정이다. 조국혁신당 지지층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내면서 검찰개혁을 주도했던 조 대표를 지지하는 세력이다. 자연스럽게 민주당 지지층인 친문과 호남을 중심으로 지지기반이 형성된다. 공천 과정에서 친명과 친문 사이의 갈등이 분출하며 친문 좌장으로 불리는 홍영표 의원마저 민주당을 떠난 상황이다.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높아질수록 민주당 지지층은 나눠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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