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조업 정지 처분과 감산으로 사업 차질 불가피”
양사 주총 전 기싸움에 소송전까지…분쟁 공식화
고려아연 온산 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제공] |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이 75년 간의 협업 관계를 청산, 각자도생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종속회사인 서린상사 내에서 영풍과 협업 중단을 검토 중이다. 그간 동업자 관례로 같이 해온 원료 공동구매와 인력·정보 교류 및 판매를 각사별로 따로 실행하겠다는 게 사업 조정안의 골자다.
영풍그룹의 비철금속 유통 계열사인 서린상사는 고려아연과 영풍 양사 간 ‘협업의 상징’으로 꼽혀왔다. 서린상사의 지분율을 살펴보면, 고려아연이 66.7%를 보유해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 있지만, 회사의 경영권은 지분율 33.3%를 확보한 영풍의 장씨 일가가 갖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의 조업 정치 처분과 감산 등에 따른 조업차질 여파로 원료구매와 생산, 판매 계획 등을 제대로 세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는 곧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여러 사업계획과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동업자 관례로 같이 해 온 협업을 각사가 따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며 “특히, 지난달 (고려아연) 이사회 시점부터 주총 직후까지 영풍 측이 소송전까지 불사하며 경영권 분쟁을 공식화한 만큼 더는 동업자 관례와 예우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판단, 잠정적으로 추진해 온 영풍과 독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영풍그룹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로,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
수십년 동안 이어진 양사 간 동맹 구도는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양측 간 지분 매입 경쟁을 계기로 삐그덕거리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달 고려아연 이사회가 지난해 결산 배당금을 전기(1만원) 대비 5000원 줄어든 보통주 1주당 5000원으로 확정하는 안건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시 ‘외국 합작법인’에만 할 수 있도록 돼 있던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 담은 ‘정관 변경의 건’을 의결하면서 두 가문의 불협화음이 본격화됐다.
지난 19일 고려아연 주주총회가 열리기 직전까지 치열하게 전개된 양측의 장외 신경전은 소송전으로 확대됐다. 주총이 열린지 하루 만인 20일 영풍은 지난해 9월 13일 고려아연과 현대차의 해외합작법인인 HMG글로벌간 이뤄진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신주발행을 무효로 해달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대상이 되는 주식은 액면금액 5000원 보통주식 약 100만주다.
영풍 측은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신주 배정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며 “그러나 고려아연과 HMG글로벌 간 신주발행은 이 같은 사유가 없음에도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고려아연 측은 “모든 절차는 상법과 회사의 정관을 토대로 합법적인 절차로 이뤄진 것으로 영풍은 사업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기회와 이차전지 밸류체인 구축, 전기차 산업 분야에 기술 교류 등 사업을 넘어 기술적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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