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차세대 GPU칩 ‘블랙웰’ 탑재 가능성
모터쇼 방불케 한 엔비디아 개발자 콘퍼런스
새 자율주행 플랫폼 앞세워 사업 확장 노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 2024’ 행사장 앞에 등장한 테슬라의 전기차 픽업트럭 ‘사이버트럭(Cybertruck)’. 사진=김현일 기자(새너제이) |
[헤럴드경제(미국 새너제이)=김현일 기자] 엔비디아가 주최한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 2024(이하 GTC 2024)’의 마지막날인 지난 21일(현지시간) 행사장 앞 도로에 ‘기괴한’ 디자인의 차량이 출몰했다.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걸음을 옮기다 깜짝 등장한 차량에 눈을 떼지 못했다.
이 차량은 바로 테슬라가 최근 출시한 전기차 픽업트럭 ‘사이버트럭(Cybertruck)’이었다. 4년 전부터 소문만 무성했던 사이버트럭은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처음 출시됐다. 가격은 가장 비싼 모델인 ‘사이버 비스트’가 9만9990달러(약 1억3300만원)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한국에선 출시 여부가 미정인 만큼 국내 소비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 2024’ 행사장 앞에 등장한 테슬라의 전기차 픽업트럭 ‘사이버트럭(Cybertruck)’. 사진=김현일 기자(새너제이) |
이날 실제로 마주한 사이버트럭은 스테인리스 강판 소재에 직선 형태의 기하학적 디자인으로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바퀴 크기만 20인치에 전체 무게만 3t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사이버트럭은 육중한 형태가 마치 장갑차를 연상케 했다. ‘미래에서 온 차’, ‘괴물 방탄트럭’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모습이었다. 일각에서는 영화 캐릭터 배트맨이 타는 자동차 ‘배트카’ 디자인이 연상된다는 평가도 따른다.
테슬라는 이번 GTC 2024의 공식 참가기업이 아니었다. 그러나 전 세계 기업 관계자와 취재진, 학생들이 집결한 GTC 2024 행사장 앞 도로에 사이버트럭을 정차시킨 채 전시장 밖에서 나름의 홍보활동을 펼쳤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 2024’ 행사장 앞에 등장한 테슬라의 전기차 픽업트럭 ‘사이버트럭(Cybertruck)’. 사진=김현일 기자(새너제이) |
이날 사이버트럭을 직접 몰고 온 테슬라 관계자는 “AI 행사가 열리는 GTC를 겨냥해 프로모션 차원에서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이버트럭에 부착된 현수막을 가리키며 “여기 보이는 QR코드로 신청하면 하루 3명에게 사이버트럭을 시승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이번 GTC 2024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엔비디아가 이번에 공개한 차세대 GPU ‘블랙웰’을 자사 제품에 도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를 비롯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클라우드에 블랙웰 기반의 AI 반도체가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현재 AI용 하드웨어 중 엔비디아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말하며 엔비디아의 블랙웰에 지지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 2024’ 행사장 앞에 전시된 오로라의 자율주행 트럭. 사진=김현일 기자(새너제이) |
이처럼 엔비디아의 이번 GTC 2024는 GPU 기술 자체에 국한된 기존 성격을 넘어 차량과 로봇, 확장현실(XR) 등에 이르기까지 전 산업을 아우르는 AI 행사로 위세를 과시했다. 특히 다양한 자동차 업체들이 참가하면서 모터쇼 못지 않은 주목을 끌었다.
2017년 설립된 자율주행 시스템 전문 기업 오로라(Aurora)는 행사장 앞 광장에 AI 기반 자율주행 트럭 실물을 전시했다. 이곳은 행사 내내 방문객들의 주요 사진 촬영장소로 인기를 끌었다.
앞서 젠슨 황 CEO는 지난 2018년 CES에서 오로라와의 협업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양사는 자율주행 차량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강력한 AI의 연산 능력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플랫폼 개발 협력을 시작하며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오로라는 올해 안으로 자율주행 트럭 상용화를 예고한 상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 2024’ 행사장 앞에 전시된 오로라의 자율주행 트럭. 사진=김현일 기자(새너제이) |
미국 전기차 회사 루시드(Lucid) 역시 행사 기간 내내 입구에서 자사 럭셔리 세단 ‘루시드 에어(Lucid Air)’를 전시하며 이름을 알렸다. 시승 기회도 제공했다. 루시드는 자사 첫 SUV 모델인 ‘그래비티(Gravity)’에도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을 탑재하는 등 엔비디아와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밖에도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을 활용하는 기업은 볼보,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엔비디아의 기술을 기반으로 이번 GTC 2024에서 최신 차량들을 선보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 2024’ 행사장에 전시된 미국 전기차 업체 루시드의 ‘루시드 에어’. 사진=김현일 기자(새너제이) |
젠슨 황 CEO 역시 이번 GTC 2024 기조연설에서 자사 자율주행 플랫폼 ‘엔비디아 드라이브 토르(NVIDIA DRIVE Thor)’를 장시간 설명하며 차량 내 컴퓨팅 플랫폼 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엔비디아는 드라이브 토르가 콕핏(운전석에서 주행정보·차량상태·엔터테인먼트 정보까지 한 눈에 파악할 차량 내 멀티디스플레이) 기능은 물론 안전하고 보안이 강화된 고도의 자율주행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 측은 “이르면 내년부터 양산되는 차량에 적용할 드라이브 토르는 생성형 AI 엔진과 기타 최첨단 기능을 갖춘 새로운 엔비디아 블랙웰 아키텍처를 통해 자율주행 차량의 보안을 강화하고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