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파운드리 손실 10조원으로 늘어나
EUV 장비 뒤늦게 도입·투자 증가에 발목
삼성도 올해도 적자…4분기 흑자 전망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2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진행한 웨비나에서 파운드리 사업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인텔 홈페이지] |
[헤럴드경제=김현일·김민지 기자] 인텔이 지난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영업손실이 70억 달러(9조4710억원)로 확대됐다고 발표했다. 전년보다 악화한 실적에도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파운드리가 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반면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이 올해 적자 폭을 점차 줄여나가며 4분기를 기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삼성전자가 인텔보다 파운드리 수익성이 앞서갈 것으로 예상된다.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웨비나를 통해 새로운 회계방식을 설명하고 파운드리 사업의 비전을 밝혔다. 시장의 관심을 끈 건 실적 산정의 기준이 되는 회계방식의 변경이었다.
인텔은 이날 반도체 설계·개발을 담당하는 ‘인텔 프로덕트(제품)’ 부문과 반도체 제조를 담당하는 ‘인텔 파운드리’ 부문으로 나눠 지난 3년간(2021~2023년)의 실적을 다시 조정해 공개했다. 이에 따라 인텔 내부에서 의뢰한 물량까지 파운드리 실적에 포함되면서 매출 규모가 크게 불어났다.
기존 방식에 따른 인텔의 작년 파운드리 시스템(IFS) 매출은 9억5200만 달러(약 12조8000억원)였으나 이날 공개한 회계방식에 근거한 매출은 189억 달러(25조5717억원)였다. 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2022년 매출 208억 달러, 2023년 133억 달러에 근접하거나 뛰어넘는 수치다.
다만 인텔은 매출이 전년 275억달러(37조865억원)에 비해 45%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영업손실도 70억달러(9조4710억원)로, 1년 전 52억달러(7조356억원)보다 34% 급증했다.
겔싱어 CEO는 실적 부진의 배경으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이 늦은 점을 언급했다. 그는 “EUV 장비 도입에 반대하는 잘못된 결정으로 파운드리 모델로의 근본적인 전환에 대처하지 못했다. EUV 도입 전에는 비용이 많이 들고 경쟁력이 떨어졌다”며 “이로 인해 아시아 경쟁사들보다 훨씬 뒤처지게 됐다”고 진단했다.
현재 인텔은 구형 장비를 단계적으로 퇴출하면서 EUV 장비로 전환하고 있다. 겔싱어 CEO도 이런 점에 근거해 “EUV 장비가 리더십 회복을 위해 매우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파운드리 사업에 자신감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첨단 미세공정에 필요한 EUV 등에 그동안 투자를 안 했다 보니 초기 파운드리 투자 비용이 엄청날 것”이라며 “당분간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비록 적자 폭이 확대됐지만 겔싱어 CEO는 파운드리 사업에 초점을 맞춰 회계방식까지 바꿔가며 삼성전자에 대한 추격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인텔 파운드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수익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며 “2030년에 업계 2위 파운드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독주가 계속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를 추월해 세계 2위 자리를 꿰차겠다는 전략이다. 겔싱어 CEO는 “2024년이 파운드리 영업손실의 최저점이 될 것이며 2027년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앞서 인텔은 올해부터 1.8 나노(㎚·10억분의 1m) 공정(18A) 양산을 예고한 가운데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고객사 네 곳 중 한 곳이 마이크로소프트인 것으로 밝혀졌다.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수주금액은 15억 달러로, 작년 말에 공개한 10억 달러 대비 크게 상승했다. ASML의 첫 하이-NA장비를 적용한 14A 공정은 2027년부터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 파운드리 사업의 영업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수주 증가 및 수율 개선으로 빠르면 올 4분기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신증권은 올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연간 매출액은 26조8000억원, 영업적자 1조3000억원으로 예상했다.
다만 인텔이 미국 보조금 등을 등에 업고 빠르게 추격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와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세를 고려하면 향후 TSMC가 급증하는 AI 칩 생산 수요를 모두 소화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최근 글로벌 업체들이 삼성 파운드리, 인텔 파운드리 등으로 AI 칩 생산 문의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파운드리 1위인 TSMC는 3일 대만을 강타한 대지진으로 위험에 처하면서 생산라인 직원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아직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나오지 않았지만 생산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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