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계는 높아진 유가에 원가 부담↑
경기 회복 신호에 하반기 수익개선 기대감
연초부터 오름세를 보인 국제유가에 정유사들의 정제마진도 상승하며 1분기 영업이익이 반등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시내 주유소에 설치된 유가 정보판. [연합] |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1분기 실적발표 시즌이 다가오는 가운데 정유와 석유화학 업계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연초부터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보인 것이 정유업계에는 ‘약’으로, 석유화학 업계에는 ‘독’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보는 등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정유사의 이익 지표가 되는 정제마진 역시 상승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유가와 정제마진이 하락하며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구체적으로 SK이노베이션 1분기 영업이익은 408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01%, 직전 분기 대비 463%가 증가한 수치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배터리 부문에서 적자폭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유부문이 선전하며 이를 상쇄할 것이란 분석이다.
대신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정유부문 실적에 대해 “1분기 추정 정제마진은 배럴당 7.7달러로 전분기 대비 +7달러 개선을 예상한다”며 “견조한 석유제품 수요가 유지되는 가운데 2월 기준 휘발유 재고량이 5억7300만배럴로 근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하며 정제마진 상승에 기여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각각 58%, 77.9% 줄었던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 역시 큰 폭의 이익개선이 기대된다. DB금융투자는 GS칼텍스가 1분기 전체 영업이익으로로 5512억원, 정유부문 영업이익으로 3562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키움증권은 HD현대오일뱅크에 대해 “1분기 유가상승과 견조한 정제마진이 이어졌고 하반기 증설 물량이 나와도 당분간 견조한 정제마진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OIL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는 4753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는 7.84% 줄었지만, 직전 분기 영업이익 76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6154% 늘어난 것이다. S-OIL은 직전 분기 정유부문에서만 265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었다.
신한투자증권은 S-OIL의 정유부문 실적에 대해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이익, 정제마진 반등, 사우디 공식판매가격(OSP) 하락 등으로 2823억원(흑자전환)의 영업이익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각 사 제공 및 게티이미지뱅크] |
반면, 석유화학 업계의 경우 1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이어갈 것이란 예측에 무게가 실린다. 글로벌 수요침체와 중국발(發) 과잉 공급이 지속되는데다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도 업계를 옥죄는 요소다.
LG화학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이 185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7910억원보다 76.57% 줄어든 수치다. 한화솔루션은 1분기 영업손실 93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이 예측된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1분기 영업손실 추정액이 1060억원으로, 전년 동기 영업손실 262억원과 비교해 적자폭이 확대됐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석유화학은 1분기 영업이익으로 657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보다 49.54% 줄어들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글로벌 경기 회복 신호가 포착되며 화학제품 수요도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3월 글로벌 주요국들의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기준점인 50을 넘어서기 시작하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서서히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다. 3월 제조업 PMI는 미국 50.3, 중국 50.8 등을 기록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아직까지 수요 위축 국면이 계속되고 유가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면서도 중국 경기가 저점을 지나면서 올해부터 전반적으로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훈기 롯데케미칼 대표는 지난달 주주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작년 4분기, 올해 1분기가 바닥일 것”이라며 “과거보다는 본격적인 회복세를 예상하기 어렵지만 하반기로 가면서 작년보다 소폭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yun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