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선 중진들 당권·국회부의장 겹쳐
“당 위기에 자기 살길 생각” 비판도
윤재옥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박상현·신현주 기자] 국민의힘이 4·10 총선 패배 수습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의 성격을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관리형(실무형) 비대위’로 가닥을 잡았다. 당 내부에선 안정적인 ‘다선 중진 현역’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정작 거론되는 5선 이상 당선인들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면서 당분간 비대위 출범까진 난항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새로 출범하게 될 국민의힘 비대위는 4·10 총선 낙선자들이 주장한 ‘혁신형’ 비대위가 아닌, 새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에 방점을 둔 ‘관리형 비대위’가 될 예정이다. 새 비대위는 출범 후 다음 전당대회 일정과 선거 방식 등을 결정해야 한다.
당내에선 이러한 비대위를 이끌 비대위원장 후보로 5선 이상 당선인들이 유력하게 떠오르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 당선인 간담회에서도 5선 이상 당선인인 조경태(6선·부산 사하구 을), 주호영(6선·대구 수성구 갑), 권영세(5선·서울 용산구) 등이 거론됐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흔쾌히 나서지 않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차기 비대위원장 유력 후보군이 선뜻 나서지 않는 이유는 크게 ▷관리형 비대위라는 점 ▷개원 후 국회의장·부의장 등 선거가 있는 점 ▷차기 당권에 제약이 된다는 점 등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내 최다선인 조경태·주호영 의원의 경우, 국회의장은 어렵지만 국회부의장의 경우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비대위원장 임기와 국회부의장 선출 기간이 겹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 외에 권영세·나경원·윤상현·권성동 등 5선 당선인들에겐 차기 당권 도전 기회도 열려 있어, 단순한 ‘룰 세팅’ 역할에 그쳐야 하는 비대위원장직은 당권 도전 의사가 있다면 주저하게 되는 자리기도 하다. 통상 전당대회를 위한 비대위를 맡은 비대위원장은 다음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는 관례와 더불어 ‘셀프 룰 개정’ 비판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권영세·권성동 당선인의 경우, 지난 전당대회 당시에도 출마를 희망했고, ‘험지’에서 살아 돌아온 나경원·윤상현 당선인의 경우 ‘수도권 대표론’ 바람을 탈 가능성도 있다. 한 5선 이상 당선인은 “전당대회 출마를 고려하고 있어서 비대위원장직은 제안이 와도 받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원내대표 선거 전까지 비대위원장을 지명하기로 한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의 고심도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이같은 ‘구인난’에 당 내부에선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 비대위원장을 맡아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대위원장 후보군을 4선 이상 당선인으로 넓히더라도, 안철수 의원은 당권이 아닌 대권으로 방향을 틀었고, 원내대표 후보군과도 겹쳐 난맥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당의 위기에도 모두 자기 살길만 찾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이 위기에 빠진 현재 상황에선 초·재선 아닌 중진이 비대위원장에 나서야 하는데, 다른 자리에 도전하기 위해 안 한다는 모양새는 아주 아쉬운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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