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격차 50%P서 5%P로 급격히 줄어”
국내 조선업계, 차세대 기술력 확보에 총력
전기추진선 성장 전망에 원천기술 개발 박차
중국 후동 중화조선소가 건조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의 모습 [후동 중화조선소 홈페이지]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한국 조선이 후발주자인 중국에 엄청나게 따라 잡히고 있습니다. 2년 전만 해도 LNG(액화천연가스)선, 메탄올선 시장에서 중국과 마켓셰어(시장 점유율) 격차가 50% 났는데 작년부터는 5% 정도밖에 안 납니다. 빠르게 좁혀지고 있죠.” (문승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기추진체계사업부장)
중국 조선이 세계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강한 LNG선 등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어 국내 조선업계의 위기감이 감지된다. 이에 조선사들은 다음 스텝으로 전기추진 선박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는 등 차세대 기술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LNG선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수년간 독점적 지위를 누렸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중국이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설비 투자를 바탕으로 LNG선 생산 능력을 키우면서다.
중국 조선사는 자국 선사 발주 물량을 발판으로 건조 노하우를 쌓았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선사 프로젝트 수주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중국선박그룹(CSSC) 산하 후동중화조선이 카타르에너지로부터 27만1000㎥급 Q-맥스 LNG 운반선 18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따냈다. 계약 규모는 약 60억달러(약 8조2600억원)로 전해진다. Q-맥스급 LNG선은 표준 선종인 17만4000㎥급보다 50%가량 커 척당 선가도 최소 5000억달러 이상 높다.
업계에서는 과거 저렴한 가격을 앞세웠던 중국이 최근 가격을 높이고도 시장에서 경쟁력을 찾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한중 간 LNG 신조선가 격차는 2022년 기준 15~20%에 달했으나 5% 안팎으로 줄어든 실정이다.
중국 조선사가 건조한 프로만 스테나 벌크의 메탄올선. [프로만 스테나 벌크 제공] |
메탄올선 분야에서도 중국 조선사가 올해 1~2월에만 18척을 수주하는 등 발주 물량을 쓸어 모으고 있다. 국내 조선사가 선별 수주 전략에 따라 다른 고부가가치 선박을 우선시한 영향이 크지만 중국의 메탄올선 건조 역량이 강화되고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특히 중국의 경우 메탄올 생산·공급 역량까지 갖추고 있어 메탄올선 시장에서만큼은 국내 조선사를 추월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분위기다.
중국은 내년까지 전 세계 친환경 선박의 자국 생산 비중을 5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LNG선, 메탄올선 등 수주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이러한 중국의 궐기에 국내 조선사는 차세대 친환경 선종으로 암모니아·수소·전기추진선 등에 주목하며 연구개발(R&D)에 임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인 모빌리티 전동화 흐름에 맞춰 전기추진선 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원천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5월 신설한 EP(친환경 추진)사업부를 중심으로 전기 하이브리드 추진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같은 해 11월에는 HD현대그룹 내 계열사별로 운영하던 전동화 연구조직을 통합해 HD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 직속 전동화센터로 꾸렸다. 전기추진체 관련 차별화된 기술 개발에 시너지가 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선급협회(ABS)와 협약을 맺고 대형 전기추진선 국제표준 정립에 나섰다. 앞서 HD한국조선해양은 국내 최초 직류 기반 하이브리드 전기추진선 ‘울산 태화호’를 건조한 바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하이브리드 전기추진선 ‘울산 태화호’ 조감도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삼성중공업은 글로벌 연료전지 전문회사인 ‘블룸에너지’와 공동으로 연료전지 선박을 개발 중이다. 지난 2021년 7월 세계 최초로 연료전지 추진 LNG운반선에 대한 선급 기본승인을 획득했고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PEMFC)를 활용한 수소연료전지 추진시스템도 개발해 2022년 노르웨이 선급인 DNV로부터 기본설계 인증을 받았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삼성그룹 내 배터리 계열사인 삼성SDI와 공동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삼성중공업은 직접 개발한 연료전지 추진시스템으로 국제 표준화도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한화오션도 선박의 주요 동력원으로 수소연료전지,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장착해 활용하는 방안을 고안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흥R&D캠퍼스에 전동화 육상시험시설을 구축하고 전기추진 선박 시스템에 대해 연구 중이다. 이 시설은 실제 선박과 함정의 추진시스템을 그대로 본떠 성능을 검증할 수 있도록 설계됐는데 시스템 효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저장시스템의 경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관련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며 협력하고 있어 상호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한화오션 측은 밝혔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