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앤컴퍼니 본사 테크노플렉스 전경 [한국타이어 제공]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글로벌 2위의 차량 열 관리(공조) 업체인 한온시스템의 경영권 인수를 공식화했다.

미래 전기차 시대를 겨냥하고 있는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승부수’가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번 인수의 성패를 가를 핵심 관건으로 기존 전기차 사업과의 시너지가 주목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앞으로 8주에서 10주 동안의 현장 실사와 정부 인허가 과정 등을 거쳐 한온시스템 인수를 위한 모든 절차를 이르면 연말까지 마무리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총 1조7330억원이 투입된다.

조 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한온시스템의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에 주목해 왔다. 2014년 1조800억원을 들여 지분 19.48％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는 자금을 추가 투입해 총 50.53%의 지분을 확보하기로 했다. 총 2조8000억원 이상을 들여 경영권을 갖게 되는 셈이다.

이번 추가 지분 인수로 한국타이어는 1대 주주로 올라서게 되며, 기존 1대 주주인 한앤코오토홀딩스는 2대 주주로 내려간다. 기존에는 한앤코오토홀딩스, 한국타이어가 각각 50.50％, 19.49％를 소유한 1·2대 주주였다.

타이어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거래를 통해 한국타이어가 타이어·자동차용 열 관리라는 ‘양날개’를 기반으로 전기차 사업 외연 확장에 나서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세계 7위 타이어 업체로, 안정적인 재무 상황 및 현금 흐름을 갖고 있다. 다만 지난 10년간 평균 매출 성장률이 2.4％에 그치는 등 외형 확대에 한계를 보여 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국타이어는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온(iON)’을 앞세워 제품권 다변화 등 전기차 시장 점유율 확대를 핵심 성장 방향으로 제시해 온 만큼, 이번 인수를 통해 미래 사업에 대한 추진력을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엔진이 없기 때문에 차량 냉각을 위한 컴프레서 동력과 난방을 위한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배터리 수명 보장을 위해 별도의 열관리 시스템도 중요하다. 한온시스템은 이 분야에 있어 세계 최상급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조 회장은 이번 인수를 기반으로 향후 전기차 분야의 종합 부품 공급을 통해 고객사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전략을 펼칠 전망이다. 한온시스템은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해 포드,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굴지의 세계 완성차 브랜드와 이미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한국타이어 제공]

인수 발표 직후 조 회장은 “그룹 규모를 단숨에 확대하는 한편 자동차 산업을 넘어 차세대 기술 기반 추가 사업으로 2030년 매출 30조원 규모의 그룹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수가 완료될 경우 그동안 40위권에 머물렀던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재계 순위가 30대그룹으로 수직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온시스템의 주가가 크게 하락한 시점에 추가 지분인수가 이뤄졌고, 올해도 한국타이어의 이익 창출력이 양호하다는 점에서 외부자금 조달까지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타이어와 열관리 부품은 서로 다른 원료조달·생산·판매 특성을 가진 제품군이라는 점에서 전체적인 시너지 크기가 아직 불분명한 점은 주요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인수전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경우 조 회장의 경영 능력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조 회장은 형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는데, 당시 조 고문 측은 조 회장의 경영 능력 부족과 사법 리스크 등을 집중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조 회장은 인수가 확정될 경우 우선 한온시스템의 재무건전성 회복과 시너지 창출을 위한 방안 마련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말 기준 한온시스템의 순차입금은 3조3000억원, 이자비용은 1860억원까지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