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전역에 호우특보가 발효된 지난해 7월15일 광주댐의 수위가 올라가자 한국농어촌공사 담양지사가 수위 조절을 위해 수문을 개방한 뒤 물을 빼내고 있다. 임문철 기자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댐에서도 온실가스가 나온다니”
‘기후위기 대응책’으로 14곳의 댐을 새로 짓겠다는 정부 발표에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댐의 장단점은 명확하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인 토목 공사로 환경이 파괴된다. 상류로 올라가는 어류의 이동을 막고 수몰 지역이 생긴다는 점에서 댐이 들어서는 곳의 생태계도 파괴된다.
대신 물을 저장해둬 홍수와 가뭄을 예방할 수 있고, 물의 낙차를 이용해 공해를 발생시키지 않으며 전기까지 생산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기후위기 시대에 댐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견 타당해 보인다.
충북 청주에 위치한 대청댐 [헤럴드DB] |
그런데 댐이 기후위기 대응책이라는 기존의 통념을 뒤엎는 반론이 최근 제기되고 있다. 바로 댐에서 대량의 온실가스가 나온다는 이유에서다. 저장된 물 속에 녹아있던 메탄 가스가 방류나 전력 발전 시에 대기 중으로 다량 배출된다.
BBC는 “전세계의 댐과 저수지는 과소평가된 메탄의 배출원”이라며 “수력 발전 댐과 저수지는 가장 오래된 재생 에너지로 여겨지지만 거의 10억 톤의 온실가스를 대기 중으로 방출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댐의 터빈을 돌리거나 방류하며 물이 떨어질 때에 물에 녹아있던 메탄이 대기 중에 다량 배출되기 때문이다. 음료수에 녹아있던 탄산이 뚜껑을 열어 압력이 낮아지면 튀어나오는 것과 유사한 원리다.
경기 하남시 팔당댐 [헤럴드DB] |
메탄은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유기물이 썩을 때 생성된다. 수심이 깊은 댐 바닥은 가라앉은 수생 동식물의 사체, 흘러 들어온 낙엽, 가축 분뇨나 퇴비 등이 썩어 메탄이 발생하기 좋은 조건이 갖춰진 셈이다.
댐과 비슷하게 유기물이 썩기 좋은 조건을 갖춰진 곳들도 있다. 하천이나 강, 늪지나 습지, 심해 등도 메탄 배출원으로 꼽힌다. 전세계 메탄 배출량 중 약 40%는 자연적 환경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60%는 석유나 가스를 시추할 때, 축산업과 농업, 그리고 쓰레기 매립지, 하폐수 처리장 등이다.
자연에서 배출되는 메탄 역시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늘어나고 있다. 가축 분뇨나 이로 만든 퇴비, 생활쓰레기 등 유기물질의 증가가 메탄 배출량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구 평균 기온이 높아지면서 유기물은 더 빨리 썩게 된다.
경기도 하남시 팔당댐에서 물이 방류되고 있다. [연합] |
국제 에너지 기구(IEA)는 산업 혁명 이후 지구온난화 책임의 30%가 메탄에 있다고 분석했다. 메탄 배출량은 해마다 늘어 2021년과 2022년에는 메탄 배출량 최고 기록이 깨졌다.
메탄 감축은 단기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매우 중요한 전략이다. 대기에 머무는 시간이 짧은 대신 열을 더 잘 가두는 메탄의 특성 때문이다. 메탄이 이산화탄소와 같은 양 대기 중에 방출됐을 때 20년 간 80배, 100년 간 34배 가량 온실효과가 높다.
이에 대해 기후과학자인 드류 신델 미국 듀크대 교수는 “약 20년 전까지는 꽤 안정적이었지만 불과 몇 년 사이에 엄청난 양의 메탄이 배출됐다”며 “이로 인해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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