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이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재개발 건물 붕괴 참사와 관련해 광주 경찰청이 6월 15일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에 대해 압수수색을 한 뒤 압수 물품을 옮기고 있다. |
[헤럴드경제(광주)=황성철기자]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 관련 비위를 수사 중인 경찰이 '보류지(保留地)'를 둘러싼 정·관계 로비 의혹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본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이 인가받은 관리처분계획 상 보류지 88가구가 소송 등을 거쳐 35가구로 줄어든 경위 등을 조사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보류지는 아파트 재개발·재건축사업에서 조합원의 지분 누락이나 착오 등에 따른 소송 등에 대비해 여분으로 남겨놓는 주택이다.
조합은 2018년 7월 학동 정비4구역에 지하 2층∼지상 29층 19개동 아파트를 2282가구 규모로 짓겠다며 동구청의 관리처분계획을 받았다. '광주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와 조합 정관에 따르면 보류지는 총 가구의 1% 내에서 정할 수 있고, 초과할 경우에는 사유 증빙 서류를 갖춰 구청 인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조합 측은 소송 등에 대비해 규정보다 많은 88가구를 보류지로 책정, 동구의 인가를 받은 사실이 경찰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이후 소폭 줄어든 보류지를 일부 조합원들이 소송을 거쳐 추가 분양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거쳐 지난해 12월23일 기준 남은 보류지는 35가구라고 경찰은 밝혔다.
조합측 관계자도 '전체 가구의 4% 넘는 보류지를 책정했으나, 소송이 많이 걸려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합측 서류와 관련 소송 기록 등을 검토해 보류지 88가구가 35가구로 줄어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시 조례·조합 정관보다도 4배 가량 많게 책정된 보류지를 동구가 인가한 배경에 특혜성은 없었는지 수사한다.
일각에서 제기된 정치인·공직자 연루 가능성도 파악 중이다. 경찰은 추가 조합원 자격으로 소송 참여자 명단을 확보해 정치인·공직자 본인 또는 그 친·인척인지 여부 등을 가려낼 방침이다. 지난해 말 기준 35가구가 남아있는 보류지가 정·관계 인물에 흘러갔는지 여부도 면밀히 들여다 본다.
경찰 관계자는 "학동 재개발 4구역 정비사업에서 '보류지'를 둘러싼 정·관계 로비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수사 핵심도 보류지를 어떤 방식으로 누가 확보했는지를 밝히는 데 있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관련 의혹을 명백히 규명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참사를 계기로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는 조합장 A씨는 학동3구역 재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조합장을 맡았다. A씨는 당시 조합 총무이사와 함께 '인센티브' 명목으로 잔여 보류지 3가구 중 2가구를 챙겼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