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남부서, 단순폭행 처리 정황
지난 19일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서 학교폭력 전담 경찰관과 청소년들이 아바타를 통해 학교폭력 관련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 |
중2 여학생을 집단폭행하고 이를 촬영해 유포한 10대 청소년 사건(본보 7월 21일 단독보도)과 관련, 담당 수사기관인 광주남부경찰서(서장 조규향)가 편파·부실수사 의혹에 휩싸였다.
특히 일부 가해학생의 아버지가 ‘부자아빠’라는 소문이 일부 확인되면서 수사개입, 외압설 등 ‘유전무죄, 무전유죄’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사건초기 가해학생측에서 남부서에 민원성 전화를 수차례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8명의 남녀학생이 위력으로 여중생 한명을 감금하고 성적 수치심을 주는 폭언과 휴대폰 손괴 등 폭력을 행사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과정을 2대의 휴대폰으로 동영상 촬영해 SNS에 유포한 혐의도 있다.
22일 이 사건과 관련해 광주남부서에 따르면 담당 수사관은 이를 ‘쌍방폭행’으로 단순 처리하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 주민신고로 현장을 찾은 아파트 경비소장은 경찰에 사건개요와 목격담, CCTV 등 정황증거를 제출했으나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경찰은 사건발생후 두달 가량 휴대폰 압수수색을 지연했고 추가 고소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사건 초기 담당 경찰은 “업무가 많고 다른 사건도 밀려있다. 가해학생이 바쁘다고 해서 조사를 못하고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밝혀졌다. 초동수사에 허점을 보였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현재 피해가족의 민원제기로 수사관은 교체된 상태다. 피해학생은 트라우마로 수차례 자해에 나서는 등 극심한 공황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은 지난 6월 광주시교육청 학교폭력위원회 심의위에서 신체정신상 피해를 유발한 학교폭력으로 판단됐다
피해학생 어머니 A씨는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휴대폰 압수수색을 요구했지만 번번히 묵살됐고 동영상이 퍼지면서 또다른 고통을 받고 있다” 면서 “권력과 돈이 많다고 안하무인 태도를 보이는데 반드시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가해학생측 관계자는 “학폭위 결과에서 입증됐듯이 가담 정도가 경미한 일부 학생들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 며 “가해자·피해자간 쌍방폭행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경찰이 사건현장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순자 광주남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은 “가해학생수가 8명이나 되고 학생신분을 고려해 신중하게 수사를 진행중이다. 통상 수사기간은 2달이며 1달 연장할 수도 있다” 면서 “외압은 없었고 있을 수도 없다. 부실 수사 오해가 없도록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답변했다.
광주=서인주·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