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예미정에서 팥죽에 들어갈 새알을 빚고 있다.(안동시 제공)
[헤럴드경제(안동)=김성권 기자]절기상 동지(冬至)인 22일 경북 안동시 예미정에서 팥죽에 들어갈 새알을 빚고 있다.
일 년 중 가장 밤이긴 동지는 매년 양력 12월 21일, 22일, 23일에 동지가 찾아오며, 아세(亞歲) 또는 작은설이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동지는 설 다음가는 작은 설의 의미가 강해 동지를 지나야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는 말이 전해진다. 동지는 날씨가 춥고 밤이 길어 호랑이가 교미한다고 하여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도 부른다.
양력으로 동지가 음력 동짓달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中冬至), 그믐 무렵에 들면 노동지(老冬至)라고 한다. 이처럼 우리 민족은 태양력인 동지에다가 태음력을 잇대어 태음태양력으로 세시풍속을 형성시켜 의미를 부여했다.
안동예미정에서 팥죽에 들어갈 세알을 빚고 있다(안동시 제공)
동지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바로 팥죽이다. 동지에 먹는 팥죽이라 ‘동지팥죽’이라 부르며, 팥을 고아 죽을 만들고 여기에 찹쌀로 단자를 만들어 넣어 끓인다. 단자는 새알만한 크기로 하기 때문에 새알심이라 부르기도 한다.
동지는 1년 중 밤이 가장 긴 만큼 악귀들이 활동하기 좋은 시간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액운과 악귀를 물리치고자 귀신을 쫓는데 효능이 있다고 여겨지는 팥을 죽으로 만들어 나눠 먹는다.
애동지 때는 '팥죽을 먹으면 귀신인 삼신할미가 아이들을 돌봐주러 오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어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팥죽이 아닌 팥시루떡이나 팥밥을 먹는다.
중동지 때는 팥떡과 팥죽 둘 중 하나를 해 먹었으며 노동지 때는 팥죽을 주로 먹었다. 올해 동지는 음력 11월 29일 노동지에 해당해 팥죽을 해먹는 날이다.
한때 동지에 팥죽을 쑤어 어려운 이웃들과 나누는 이벤트가 있었다. 전통 세시가 현대화한 것인데 그것도 이제 보기 힘들다. 너무 번거롭기 때문이다.
팥죽에 벽사가 있다고 믿는 이도 없다. 팥죽을 먹고 싶으면 언제든 사 먹으면 된다. 이제 동지의 풍속은 사라지고 연중 해가 가장 짧은 날로만 인식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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