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대구경북)=김성권 기자]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단어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임인년(壬寅年)한 해가 모든 애환을 뒤로하고 저물고 있다.
울릉 앞바다를 붉게 물들인 임인년의 노을빛이 사위고 있다.
화살처럼 빠르게 흐르는 세월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이제 우리는 지난 시간을 잘 흘려보내고 새로운 시간을 맞이해야 할 때다.
1월부터 12월까지 어느 하나 평탄함이란 없는 격동의 한 해였음을 알 수 있다. 5월 보수 정권이 출범하고 ‘용산 시대’가 개막했지만 진영 논리에 갇힌 정치권의 극한 대치를 불식시키는 데로 나아가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여기에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편승한 북한의 거듭된 무력 도발이 불안감을 가중시킨 한 해였다.
3년간 일상을 지배하던 코로나19의 후유증과 더불어 느닷없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위기의 세상으로 바꿔놨다.
무엇보다 158명의 젊은이가 목숨을 잃은 10월의 이태원 참사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올 한 해 겪은 고통과 절망의 정점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 축구로부터 적잖은 위로를 받았다.
그 위로가 소중한 것은 외형적 성적보다는 ‘꺾이지 않는 마음’, 곧 희망이 지닌 힘 때문이다.
이제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대립과 갈등, 그리고 모두가 힘들었던 일들을 울릉도 서쪽 구암마을의 아름다운 일몰을 바라보며 모두 날려 보내자. 그리고 계묘년(癸卯年)에는 위기에 대비해 3개의 굴을 만드는 영리한 토끼 〈토영삼굴(兎營三窟)〉처럼 기민하고 영리하게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길 꿈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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