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퇴계 이황 종가 설 차례상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헤럴드경제(안동)=김성권기자]설 명절을 앞두고 한국국학진흥원이 '차례상'과 '제삿상'에 대한 이해를 통해 전통 제례문화의 올바른 계승을 강조하고 나섰다.
한국국학진흥원 김미영 수석연구위원은 21일 “원래 유교에서의 ‘예’는 정성과 마음이 있으면 되는 것”이라며 “차례와 조상이 돌아가신 날 지내는 기제사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수석연구위원 등에 따르면 예법 지침서인 주자가례에도 차례상에는 술 한잔, 차 한잔, 과일 한 쟁반을 차리고 술도 한 번만 올릴 뿐 축문도 읽지 않는 것으로 돼 있다.
그는 "원래 간결했던 차례음식이 경제적 여유가 생겨나고 유통구조가 발달하면서 점차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우리사회에서 차례상은 사라지고 제삿상만 남게됐다"고 덧 붙였다.
제사(祭祀)는 고인의 기일에 조상의 영혼을 모셔 와서 음식을 대접하는 의례이고 차례(茶禮)는 설과 추석 등 명절이 돌아왔음을 조상에게 알리는 의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동 퇴계 종가에서는 설 차례상에 술·떡국·포·전 한 접시·과일 한 쟁반 등 5가지로 상차림을 끝낸다.
과일 쟁반에는 대추 3개, 밤 5개, 배 1개, 감 1개, 사과 1개, 귤 1개를 담는다. '주자가례'에 비해 차가 생략됐고, 떡국과 전, 북어포를 추가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2017년부터 제례문화의 현대화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서'(禮書)와 종가, 일반 가정의 설차례상에 진설하는 제수를 조사한 바 있다.
그 결과 전통 예서와 종가의 5가지 제수에 비해 일반 가정의 차례 음식이 평균 5~6배(25~30가지)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통 격식을 지키는 종가에서는 술·떡국·전 한 접시·과일 한 쟁반 등 주자가례의 원칙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차례상을 마련한다.
'주자가례'나 종가처럼 술과 떡국, 과일 한 쟁반을 기본으로 차리면서 나머지는 형편에 따라 약간씩 추가해도 예법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주자가례(朱子家禮)의 차례상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김 수석연구위원은 "많고 크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차례상의 본래 모습을 되살린다면 예법도 지키고 차례음식 장만을 둘러싼 가족 갈등도 해결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올해부터라도 차례상에서 제사음식을 과감히 걷어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앞서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등 유교 3단체는 지난 1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절 인사법과 차례 방법을 소개하면서 명절 스트레스 원인 중 하나로 꼽힌 차례상에 대해서는 ‘간소화’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성균관은 떡국, 나물, 구이, 김치, 술(잔), 과일 4종 등 9가지 음식을 올린 차례상을 보기로 제시했다. 송편 대신 떡국을 준비한 것이 추석 차례상과의 차이점이다.
성균관은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 전을 부치느라 고생하는 일은 인제 그만두셔도 된다”고 작년 추석을 앞두고 제안한 원칙을 다시 강조했다.
차례상에 올리는 과일의 종류는 정해진 것이 없으니 “4∼6가지를 편하게 놓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홍동백서’나 ‘조율이시’는 예법을 다룬 문헌에 없는 표현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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